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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퇴치법 찾아야” 주장에
“감염 예방위해 불가피” 맞서

환절기를 맞아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방역소독 지침에 따라 진행하는 ‘쥐 잡기’에 사용되는 쥐약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등이 일반인의 피해와 동물 생명 존중을 이유로 쥐약 살포를 강하게 반대하면서 일부 지자체는 쥐약 배포를 중단했다.

경기 안양시는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던 쥐약 배포 사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1일 밝혔다. 안양시 관계자는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민원이 들어와 쥐약 배포를 중단하고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쥐잡기 운동’의 일환으로 이어져 온 안양시의 쥐약 배포 사업이 전면 중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안산시 역시 지난 2월까지 관할구역 내 공원과 야산 등 30여 곳에 1000포 분량의 쥐약을 살포해오다 최근 주민과 동물보호단체의 항의로 인해 쥐약을 전량 수거하기로 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길고양이나 올빼미 등 다른 동물이 함께 쥐약을 먹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지자체의 쥐약 배포에 크게 반발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동물들은 물론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큰 독극물을 아무렇지 않게 공원에 뿌려놓은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에서 살포하고 있는 쥐약은 청록색을 띤 알약 모양으로 쥐 이외의 동물이 먹지 않도록 역한 냄새 등을 첨가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쥐잡이 통’에 대해서는 “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고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 또 다른 반발에 부딪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지자체들은 동물보호단체의 요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안양시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수칙에 따라 애완동물 등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으로 쥐약을 놓겠다고 해도 무조건 안 된다고 나오니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산시 보건소 역시 “최근 지역 내에서 홍역 확진자가 나오면서 감염 예방과 전반적인 위생 관리를 위해 쥐약을 다량으로 살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쥐약 논쟁은 ‘혐오 동물을 없애는 것이 옳은가’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아무리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동물이라도 생명을 빼앗는 방식 말고는 다른 퇴치 방법이 없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양시 관계자는 “당장 쥐를 잡지 못해 식당 등에서 영업상의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쥐약을 놓는 방법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쥐 잡기 사업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희권·전세원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