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털기 카페’ 젊은층에 인기

준비된 은행 세트장 등서
카페 직원과 함께 무장강도
“특이 체험으로 스트레스해소
고된 일상 벗어나려는 행동”

“곧 경찰이 들이닥칠 테니 어서 자물쇠를 부수고 금고를 털어!”

직장인 김모(여·26) 씨는 며칠 전 퇴근길에 친구들과 함께 은행을 털었다. 경비원과 총격전까지 벌이며 은행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김 씨가 이날 훔친 돈은 모두 160억 원. 1시간여 동안 이어진 이들의 범행이 끝나자 곧바로 훔친 돈과 금괴 등을 앞에 둔 채로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니라 최근 등장한 ‘방털기 카페’에서 경험한 가상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방탈출(방 안에 숨겨진 단서들을 이용해 제한시간 내 방을 탈출하는 게임)’ 등 이색적인 놀이문화가 자리 잡은 가운데 손님이 직접 도둑이 돼 은행강도 역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카페가 등장했다.

이용자와 카페 직원이 한팀이 돼 준비된 세트장에 침입한 뒤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최대한 많이 훔쳐 달아나는 것이 최근 생겨난 방털기 카페의 기본적인 ‘게임 룰’. 범행 과정에서 자물쇠를 따거나 부수는 것이 허용되며 대형 금고문을 터뜨릴 수 있는 폭탄 역할을 하는 소품까지 함께 마련돼 있다.

방털기 카페의 주 고객층은 20∼30대로,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입소문을 타는 모양새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은행 무장강도’ 체험은 이미 예약 없이는 입장이 불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 씨는 “야근, 격무 등으로 고된 일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평범한 직장인이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은행을 털어보겠느냐”고 말했다. 함께 찾은 취업 준비생 박모(26) 씨 역시 “답답한 현실에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라며 “무언가를 마음대로 훔치거나 뺏고 싶다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를 해소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범죄 상황에서 참가자들끼리 공범이 돼 가명을 정해 무전기로 서로를 부르는 등 구체적인 상황극을 유도해 몰입감이 높다는 반응이 많았다.

카페 관계자는 “은행·아파트·카지노 등 다양한 세트장과 여러 상황극을 개발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실제로 도둑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직원들의 ‘연기력’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답답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일탈 체험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취업난과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젊은 층이 특이한 체험을 통해 쾌감을 느끼고 현실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강도 같은 범죄 놀이가 유행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희권·최지영·송정은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