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비 출처 안 밝혀”
‘회계기록 부정’ 혐의 적용
과이도 “정당성 없는 결정”

베네수엘라 정부가 회계기록 부정혐의를 이유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공직 출마를 15년 금지하는 ‘정치적 탄압’에 나섰다. 과이도 의장은 정부 결정을 무시하며 반정부시위를 이어갈 뜻을 밝혔으며, 그의 지지자들 또한 정보국 요원들이 야당 인사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광범위한 사찰을 벌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인 엘비스 아모로소 감사원장은 이날 국영 VTV에 나와 “회계기록 부정 혐의를 적용해 과이도에 대해 15년간 선출직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박탈했다”며 “2015년 총선에서 당선된 그는 9만4000달러(약 1억 원) 정도 비용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90차례의 해외여행을 다녔다”고 지적했다. 앞서 마두로 정권은 과이도 의장의 비서실장인 로베르토 마레로를 긴급체포해 야권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감사원 발표에 대해 과이도 국회의장은 “감사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합법적인 국회뿐이며 아모로소는 정당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대법원의 출국금지 명령에 응하지 않고 지난 2월 콜롬비아와 브라질, 파라과이 등 남미 국가를 순방한 바 있어 감사원의 결정 또한 실제 효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과이도 의장과 야권은 오는 31일, 재차 발생한 대정전에 항의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이 카라카스의 빈민층 거주지역과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만나 “베네수엘라 국민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 때문에 다시 한 번 어둠 속에서 깨어났고 살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졌던 대정전에 이어 25일부터 재차 발생한 대정전이 4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카라카스를 비롯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원공급이 조금씩 재개되는 상태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