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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아니 그럼 그동안 수류탄 한 번 안 던져본 군인이 나라를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까?” 육군이 실제 수류탄 투척 훈련을 3년 6개월 만에 재개했다는 보도를 접한 한 독자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이런 군대를 믿고 어떻게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느냐”며 “제대로 지적하지 않은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육군은 2015년 9월 50사단 신병교육대에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하는 수류탄 사고가 발생하자, 실제 수류탄 투척 훈련을 전면 중단했었다. 그러다 지난 5일 부사관학교를 시작으로 재개하고 있다. 우선 교관 훈련부터 진행되고 있는데, 워낙 오랫동안 훈련이 중단되는 바람에 교관들조차 실제 수류탄을 투척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1965년 10월 베트남 파병을 앞두고 훈련 도중 부하가 실수로 떨어트린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중대원 생명을 구하고 산화한 강재구 소령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훈련은 베트남전 실제 상황에 맞추기 위해 개활지가 아닌 굴곡이 심한 지형에서 진행됐었다. 그뿐 아니다. 1970년 5월 27보병사단 차성도 중위, 2004년 2월 35사단 김범수 대위 등 미숙한 병사가 제대로 던지지 못한 수류탄에 몸을 날려 부하를 구하고 살신성인한 사례가 여럿 있다.

첨단 무기가 개발됐다고 하나, 근접 보병 전투의 기본 무기는 여전히 소총과 수류탄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소총을 버린 채 수류탄을 넣은 자루만 메고 돌격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물론 이는 자동소총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참호전에선 수류탄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6·25전쟁 고지전에서 올라갈 때 가장 무서운 것 중의 하나가 굴러 내려오는 수류탄이었다고 하며, 베트남전 당시 수류탄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한 부대의 실전 전투력이 파병부대 중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었다고 한다. 실제 교전 기록을 보면 수류탄에 의한 피해나 전과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류탄 사고로 희생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러나 사고를 방지한다고 훈련을 중단하는 행위는 군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무기와 마찬가지로 평소 훈련으로 익숙해져야만 실전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신형 수류탄으로 훈련을 재개하지만, 아직도 기존 수류탄의 결함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하니 기막힐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