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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복어를 먹을 때 독특한 향미와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입맛을 살려주는 봄나물이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EPIS)이 최근 3월의 제철 농식품으로 선정한 미나리다. 봄미나리는 연하고 부드러워 생으로 먹기에 좋고,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해 한방재료로도 쓰인다.

미나리는 봄을 상징하는 향채다. 물과 연(緣)이 깊다.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란다. 영어 명칭도 water dropwort(또는 water celery)다. 중국에선 수영(水英)·수근(水芹)으로 불린다. 주성분도 수분(95%)이다.

미나리는 대개 초봄에 맛이 절정이고, 날씨가 더워지면 식감이 떨어진다. 부처님오신날(초파일)의 절식으로도 유명하다. 초파일의 별칭은 등석(燈夕)이다. 저녁에 사찰은 물론이고 가정·거리에서 연등을 켜는 날이어서다. 민간에선 손님을 초대해 미나리강회·느티떡·콩조림 등을 대접했다. 이 무렵 싹이 돋은 연한 느티나무 잎을 따 잘 씻은 뒤 멥쌀가루에 섞어 찐 설기떡이 느티떡이다.

느티떡이 초파일의 간식거리라면 이날 밥상에 자주 오른 것은 미나리나물·미나리강회 등 미나리 반찬이다. 끓는 물에 데친 미나리에 파를 섞고 초고추장에 무친 것이 미나리나물, 계란지단·편육·쇠고기볶음·버섯·고추 등을 가늘게 채 썰어서 데친 미나리에 끼운 뒤 예쁘게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미나리강회다. 두 음식은 미나리의 향과 씹는 맛을 높여주는 별미다. 강회는 숙회(熟膾)의 일종으로 미나리 대신 파를 쓰면 파강회가 된다. 우리 조상은 초파일에 파강회도 즐겨 먹었다.

미나리는 돌·밭·논미나리 등이 있다. 돌미나리는 자연산으로 향이 강하고 칼슘·비타민 C가 풍부하나 맛이 떫고 질긴 것이 특징이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성이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추천된다. 인공 재배하는 논·밭미나리는 돌미나리보다 향은 약하지만 씹히는 맛이 부드럽다. 밭미나리는 밭에서 재배한 것으로 줄기 안쪽이 꽉 차 있다. 논미나리는 땅이 걸고 물이 많이 괜 논(미나리꽝)에서 나오는데 줄기가 길고 안쪽이 비어 있다. 독미나리는 식용해선 안 된다. 시쿠톡신이란 독성분이 있어 식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독미나리는 향이 없고 악취가 나며 뿌리가 녹색이다. 키는 식용 미나리의 3배쯤 크다.

복어탕엔 반드시 미나리가 들어간다. 복어의 독을 중화시킨다고 알려져서다. 미나리의 해독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복국을 먹을 때 미나리를 곁들이면 향긋한 봄의 정취와 함께 식이섬유·칼슘·칼륨·비타민 A·비타민 B군 등 미나리의 영양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나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열량이 생것은 100g당 16㎉, 데친 것은 2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으로 먹으면 떫은맛이 강하므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뒤 물에 잘 헹궈 먹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삶으면 색이 나빠지고 풍미가 사라지며 비타민 C 등 영양성분이 파괴된다. 잘 씻는 것도 중요하다. 논·개천·습지에서 자라 거머리나 불순물이 남아 있을 수 있어서다. 씻을 때 놋수저를 담가두거나 조리 전에 식초 물에 담가두면 눈에 보이지 않던 거머리까지 빠져나온다. 복어·녹두묵·김이 미나리와 ‘찰떡궁합’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