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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기준 강화 직격탄에
층수·디자인 가이드 설상가상

이익환수 등 투자매력 떨어져
아파트 매매가 20주연속 하락

30년이상 가구 올 20% 넘어
무조건 막을땐 향후 공급부족

올림픽선수기자촌 재건축 강행
올 안전진단 통과 여부 주목

집값 급등의 진원으로 꼽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시련이 지속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안전진단 기준 강화, 부담금제 시행 등 잇단 규제로 손발이 묶인 데다 대출을 확 조인 ‘9·13 대책’, 수도권 일대에 공급을 늘리는 ‘3기 신도시’ 발표까지 이어지며 재건축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양상이다. 올 들어서도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자로부터 자금을 빌릴 수 없도록 제한을 두기로 하고, 서울시가 정비사업 수립 전 단계에 걸쳐 아파트 층수나 디자인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도시·건축 혁신안’까지 들고나오는 등 재건축에 대한 압박은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규제에 시들해진 수요, 집값도 하락 = 25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 이후 20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가격을 낮춘 일부 급매물이 팔리는 걸 제외하곤 거래도 뜸하다는 게 부동산 업계 설명이다. 준공될 때까지 10년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성공만 하면 가격이 2∼3배씩 뛰기 때문에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재건축 아파트는 정부의 3중, 4중 압박에 결국 상승세가 꺾였다.

시장에 직격탄이 된 대표적인 규제는 지난해 3월 이뤄진 안전진단 기준 강화다. 그동안 신청만 하면 대부분 통과했지만,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20%에서 50%로 높이면서 무너질 위험이 없는 한 재건축 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안전진단 문턱을 넘는다 해도 서울 내 재건축 추진 단지의 경우 높이, 단지 배치 등 서울시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12일 발표된 서울시의 ‘도시·건축혁신안’으로 추진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에 따라 집값 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부담금으로 내야 하는 점도 재건축 추진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환수제 시행 후 첫 부담금 통보를 받은 ‘반포현대’(서울 서초구)의 경우 조합원 1인당 1억3569만 원(잠정액)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치쌍용’(서울 강남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서울 서초구) 등의 부담금 통보를 앞두고 있는 단지들은 추진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래된 아파트 늘어가는데…향후 주택 부족도 걱정 = 일각에서는 노후 아파트 수가 계속 늘고 있는데 재건축을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7년 기준 전체 주택 재고 가운데 28∼37년 된 주택은 196만 가구(11.4%), 38년 이상 된 주택은 160만 가구(9.3%)로 올해 기준으로 보면 30년 이상 된 가구가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1990년대에 급증한 주택이 2020년이면 연한 30년이 되기 때문에 노후 주택 규모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획일적 규제 강화보다는 공공 기여도에 따라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건축 제한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시가 주택 수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로서는 딜레마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집값을 겨우 눌러놨는데 규제를 풀었다가는 다시 한 번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잠실주공 5단지’(서울 송파구)의 실거래가를 보면 2006년 9억∼10억 원 선이던 전용 76㎡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7억 원 후반 선까지 꺾였다가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10억∼12억 원에서 거래됐다. 이후 꾸준히 올라 2016년 15억 원, 2017년 16억 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9월엔 19억 원을 넘어섰다가 3월 현재 호가가 16억∼18억 원 선을 기록 중이다.

◇추진 강행 단지도…결과 주목 = 이런 가운데서도 재건축 추진을 강행하는 아파트도 있다.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서울 송파구)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올 초 송파구청에 안전진단을 신청했고, 구청은 지난 18일 안전진단 용역업체 모집을 마감했다. 구청 관계자는 “용역을 진행할 최종 업체 선정은 다음 달 초쯤 결정될 예정으로 4개월 정도 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재건축 추진 초기 단지들의 움직임을 좌지우지할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