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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연평해전 전사 한상국 상사 부인 김한나씨

역대 정부 보훈정책 답습 일관
희생에 감사 표하는 사회돼야

“일 년 중 서해수호의 날 단 하루만이라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을 국민 모두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45·사진) 씨는 제4회 서해수호의 날인 22일을 맞아 이처럼 말했다.

김 씨는 “목숨을 내걸고 국토 방어를 위해 최전선에서 싸운 것은 누구나 쉽게 하기는 힘든 일이고, 솔직히 저도 목숨이 아까워서 차마 하지 못했을 일”이라며 “우리 사회가 그들의 희생과 업적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연평해전이 발생한 뒤 17년이 흘렀지만, 김 씨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아내기 어려운 듯 인터뷰 도중 여러 번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신혼 6개월 만에 남편을 잃었던 김 씨는 “방송을 통해 먼저 소식을 접했고, 시부모님이 먼저 전화를 주셔서 ‘이상하다, 무슨 일 있는 것 아니냐’ 하시기에 부대로 연락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전사자들에게 무관심한 정부와 사회에 실망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도 했던 김 씨는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귀국했지만, 실제로 달라진 것은 크게 없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김 씨는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병역의 의무를 다하라고 하면서도 막상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며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연평해전 이후에도 북한이 수차례 벌인 무력 도발에서 군인들이 희생됐는데도 그에 걸맞은 예우는커녕 홀대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씨는 “남북 평화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단호하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가 경험한 미국은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김 씨의 지적처럼 한국에서는 이들을 예우하는 문화가 빈약하고, 보훈 정책도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김 씨가 귀국 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제복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써온 이유다. 제2연평해전 희생자들이 전사자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2연평해전 보상법’은 지난해에야 제정됐다. 그는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도 보이지 않는 곳 어딘가에서 이들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 씨는 그간의 활동을 정리해 ‘영웅은 없었다’라는 책으로 펴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