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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원자력 및 양자공학

규모 5.4의 2017년 포항 지진이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 인근의 지열발전소에 의해 발생했다고 한다. 지하 4∼5㎞의 지층에 물을 주입하고 증기를 만들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얻는 지열발전을 위해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하 단층대를 자극해 지진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풍력과 달리 간헐성이 없어 좋은 평가를 받는 지열발전이 포항 지진 촉발로 그 환경성과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란 등식을 깨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태양광·풍력 부지 중 40%가량이 땅값이 싼 전국의 산지 임야에 집중되면서 산림 훼손은 물론이고 산비탈에 나무를 밀고 태양광을 깔다가 태양광 산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뒤늦게 산지 태양광을 억제하는 대책이 나왔지만, 이미 많은 산지가 벗겨져 나갔다. 최근에는 태양광과 풍력 간헐성을 일부 보완하기 위해 전력을 저장하는 배터리 ESS의 화재가 잇달아 발생했다. 최근 1년간 20회가 넘는 ESS 화재가 발생하면서 지금은 가동을 중단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하루 4∼6시간 정도만 제대로 전력을 생산한다. 그런데 원자력도 석탄도 모두 없애겠다니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보조를 해야 한다. 4∼6시간 일하는 주력과 18∼20시간 일하는 보조라는 것은 주객이 바뀐 것이니, 신재생 보급이 아니라 LNG 보급이다. 즉, 원자력 100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하려면 태양광 풍력 20∼30과 LNG 70∼80으로 원자력을 대체하는 것이다.

온실가스와 초미세먼지 배출이 없는 원자력발전을 LNG 중심의 신재생-LNG 조합으로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도 초미세먼지도 원자력발전에 비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LNG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지구온난화 영향에서 석탄발전과 같은 수준이며, 초미세먼지로 전환되는 질소산화물도 석탄보다는 적지만 다량 배출하기 때문이다. 70% 이용되는 1GW LNG 발전소 하나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신규 자동차 100만 대에 해당한다. 원자력을 신재생-LNG로 대체하는 것은 온실기체와 초미세먼지 측면에서 악화일 뿐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곳곳에서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시장실 점거까지 발생했던 충남 공주시 남월 마을 태양광이 1.8㎿ 규모인데 이런 설비를 3800곳에 설치해야 신고리 3호기 원전 1기 분량의 전기가 생산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읍면동 총수가 3500개다. 육상 풍력도 소음 피해로 갈등이 크고, 해상 풍력도 건설 과정에서의 어장 파괴를 우려하는 어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신재생은 에너지 밀도가 낮아 대규모의 자연을 소모할 수밖에 없고 친환경이 되기 어렵다.

태양광도 20여 년 사용한 뒤에는 재활용 폐기 처분해야 한다. 2030년 태양광 설비 수준만 유지하려고 해도 해마다 2GW 정도의 태양광 설비를 재활용 처분해야 한다. 무게로는 매년 10만t의 폐패널이 쏟아지게 되는 것이다. 비용이 5원/kwh 수준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가야 하는데 현재 적립하지 않고 있다.

경제성도 문제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2031년까지 재생 보조에만 총 92조 원이 지출된다. 원자력을 LNG로 대체하는 경우에도 LNG 가격에 따라 원전 1기 대체에 연간 5000억 원에서 1조 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신재생-LNG로 대체하려면 그 이상이 필요하다.

신재생의 반(反)환경성과 비(非)경제성을 더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