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안경비대까지 보내 北 감시…동맹 위기 심각하다

미국 본토의 해안을 지키는 해안경비대 소속의 버솔프함이 한반도 근해에 배치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일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 문제를 들어 한·미 연합훈련까지 중단토록 했는데, 무슨 급박한 요인이 발생했기에 해안경비대를 보내는 조치까지 취했는지 의아하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동중국해에서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을 감시하기 위한 버솔프함이 지난 3일 일본 사세보항에 도착했다고 19일 밝혔다. 버솔프함은 모항인 캘리포니아 해군기지를 지난 1월 20일 출발했는데, 미·북 정상회담 논의가 구체화하던 시점이다. 미국은 회담 결과에 환상을 품지 않고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려고 했던 셈이다.

북한의 해상 불법 환적은 한국 근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력이 기본이다. 해안경비대 함정까지 보낸 것은 한국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에도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기 때문에 제재를 더 견고히 해야겠다는 미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였을 것이다. 영국도 하노이 회담 결렬 후 해군 호위함을 동중국해로 파견했다. 일본과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도 초계기와 호위함 등을 보내 대북 감시 공조에 나섰다. 미국이 사실상 ‘대북 해상 봉쇄 연대 전선’을 구축하며 대북 압박을 강화한 셈이다. 각국이 제재 공조를 격상시킨 이유는 북한의 제재 회피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이 유엔 보고서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미국은 19일 B-52 전략폭격기를 캄차카 반도 인근까지 전개했다.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장이 방한해 20일 문 대통령을 만났다.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 코리아미션 센터장은 20일 비공개 강연에서 한·미 대북 시각차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대북 제재 강화와 완화를 둘러싼 한·미 균열이 이제는 미국의 심각한 문 정부 불신(不信)과 한국을 배제한 대북 제재 강화 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밝혔고, 강력한 친북 정책을 옹호하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 정도면 동맹의 위기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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