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연구팀 10년전 “지열발전으로 규모 5.7 지진도 가능”

2010년 獨 시찰 정부 관계자
“미진은 지역적 차이로 발생
지열발전 때문만이 아니다”
위험성 축소 보고한 의혹

정부 조사단이 지난 2017년 11월 국내 역대 두 번째로 강력한 지진(규모 5.4)으로 기록된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촉발지진’을 지목한 데 대해 학계의 의구심이 여전히 제기되는 가운데 외국에서는 이미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거나 연구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열발전으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전례가 드물기는 하지만 이미 2009년 스위스에서는 “지열발전으로 규모 5.7 지진 발생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산업 당국은 이 같은 경고가 나온 이듬해인 2010년 독일의 유사 지역을 현장 시찰한 후 지열발전과 미진과의 상관관계를 부인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나타나 지열발전소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21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 10월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5급 공무원과 경상북도, 울릉군, 에너지공단 관계자 4명은 국내 지열발전소 도입을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바나우, 카를스루에를 방문해 운영·건설 중인 지열발전소들을 현장 시찰했다. 이들은 독일 지열발전 컨설팅사(Geothermal Eng)를 만나 지열발전의 안정성에 관한 대화를 나눈 뒤 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경우 미진 발생이) 유전지대 때문이지 발전소 때문만은 아니다. 미진(微震)은 지역적 차이로 발생하며 꼭 지열발전소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 뮌헨은 지반의 압력이 떨어져도 미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독일을 찾기 1년 전, 스위스 정부는 5.7 지진 발생 가능 보고서를 받은 뒤 실제 규모 3.4의 지진을 일으킨 바젤의 지열발전소를 폐쇄하는 초강경 조처를 했다. 2009년 8월 미국 지구물리학회(AGU)는 정기학회지(EOS)를 통해 “스위스 기관회사인 스위스 지진학서비스(SED)가 지면 운동 예측모델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열발전으로 규모 5.7 지진 발생도 가능하다는 예측을 했다”며 “과거 (지열발전이 아닌) 땅속 물 주입으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수차례 발생한 점도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1967년 미국 오클라호마주 덴버에선 화학무기 회사가 땅에 주입정을 설치해 오·폐수를 처리하다 총 3차례에 걸쳐 규모 5.0∼5.5의 지진을 유발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