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선거제 도입을 다루는 정치권의 구도가 ‘1여(與)4야(野)’에서 ‘4여1야’로 바뀌고 있다. 범여 연합을 구성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법 개정안에다 몇 가지 쟁점 법안을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려 하고, 자유한국당은 총력 저지에 나섰다. 국민의 입장에서 논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한국 정치 실정에 맞고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의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선거법 처리를 위해 다른 법안들을 연계해도 되는지의 문제이다.

민주·미래·평화·정의 4당은 이미 공직선거법 개정에는 사실상 합의했다. 의석수 증가 없이 사실상 불가능한 완전 연동형 대신 50% 연동형을 도입하고, 비례대표는 6개 권역별로 나눠 선출하며,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등록과 석패율 제도 등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국민 관심이 큰 28개 지역구 감소에 따른 구체적 선거구 획정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비례성 논쟁은 차치하고, 풀뿌리 정당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계파정치 보스정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선거제도가 너무 복잡하다는게 문제다. 오죽하면 박지원 의원이 “천재만 이해할 수 있다”고 했겠는가.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제대로 판단하고 투표할 수 있다. 자의적 6개 권역보다는 차라리 16개 광역자치단체로 나누는 게 장점이 더 많다. 이런 문제점에도 합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정치 퇴행의 부작용은 국민이 감수해야 한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쟁점 법안과 묶어 처리하려는 움직임이다. 어떤 경우에도 선거법은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 여당이 사법 개혁 기치 아래 추진하는 이들 법안에는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연동형 선거법이 처리되면 소수 야당, 특히 정의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하면서, 쟁점 법안을 연계하는 것은, 의석(議席)을 몇 개 내주고 정상적으로 국회 통과가 어려운 법안에 찬성해 달라는 ‘주고받기’이다. 의석 뒷거래와 뭐가 다른가. 소수 야당의 연계 처리 동의는 이런 오해를 자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