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춘천 102보충대 부지 등
국방부, 매각 협의에도 난색
지자체들 활용방안 못 찾아

국방개혁으로 유휴지 더 늘듯
“종합발전계획 마련해야” 지적

강원도 내에만 군부대 해체·이전 등으로 목적을 상실한 국방부 소유의 유휴지 561만㎡가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유휴지는 지역의 요지로, 도시 개발 등에 제약을 받는 해당 시·군은 유휴지 매각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국방부가 협의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활용 방안조차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20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방부 소유의 도내 유휴지는 561만㎡로 축구장 784개 규모다. 하지만 매각 대상 유휴지는 극히 일부여서 군부대로 인해 각종 제약을 받아왔던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방부에 따르면 강원도 내 군 유휴지 중 올해 매각 대상은 20만2267㎡로 전체의 3.6%에 불과하다. 강원도는 활용 방안 마련은 고사하고 국방부와 매각 협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원주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육군 제1군사령부 이전부지 환원 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500여 명은 1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1군사령부 터 환원을 촉구하는 규탄집회를 열었다. 범대위는 “지난해 말 1군사령부 이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화력 부대가 또다시 옮겨온 것에 분개한다”며 백지화를 촉구했다. 화천군은 하남면 일대 부지 2만6650㎡를 매입해 호텔 신축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국방부가 매각을 거부, 여전히 빈 땅으로 방치 중이다. 횡성군은 군부대 이전으로 비어 있는 횡성읍 읍하리 부지 3만1823㎡의 매입 의사를 국방부에 타진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2016년 10월에 해체된 춘천 102보충대 부지도 아직 활용 방안을 못 찾았다.

더 큰 문제는 군 유휴지가 앞으로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국방개혁 기본계획 2030’에 따라 사단 위주인 군병력을 군단 위주로 재편하면 강원도 내 4∼5개 사단의 해체 및 이전이 불가피해 군 유휴지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군부대 유휴지는 대부분 전략적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시·군 차원의 활용도가 높다. 특히 접경지역은 통일 시대에 대비, 자치단체가 우선 매입해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유재산법에 따라 매각을 하려면 일반경쟁이 원칙이어서 투기자본의 유입과 알박기 등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용지로 사용할 경우에 한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지만, 매각 규모와 방식은 전적으로 국방부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춘천=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