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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속 소홀에 승객 불안

현행법상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대상에는 운행 중인 모든 차량이 포함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택시 등 영업용 차량에 대한 음주단속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택시기사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1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있었다. 20일 문화일보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택시기사 음주운전 관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택시기사의 음주운전 사고로 생긴 피해자는 사망자 1명, 부상자 115명이었다. 사상사고가 나야 음주 여부가 확인되고 비로소 면허가 취소된다는 얘기다.

직장인 A 씨는 최근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택시기사들이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식당 주차장에는 택시가 주차돼 있었다. A 씨는 “신고할지 고민했지만 시비가 붙을까 봐 걱정돼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유모(여·26) 씨는 지난달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가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마주쳤다. 당시 경찰은 유 씨가 탄 택시기사의 음주 상태를 측정하지 않고 그대로 보냈다. 유 씨는 “택시기사들도 운전자인데 음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니 택시를 타기가 오히려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낮 취재진이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기사식당에도 식사와 함께 술을 주문한 택시기사가 있었다. 그는 소주 반 병과 해장국 한 그릇을 비운 뒤 택시를 다시 운행했다.

경찰은 모든 차량에 대해 음주운전 단속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차량 형태에 따라 단속에 제한이 있지는 않다”며 “버스·택시 등 모든 차량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현장 상황은 달랐다. 택시기사들은 경찰의 음주측정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개인택시 기사인 이모(56) 씨는 “경찰 단속 때 택시는 그대로 통과한다”며 “10년 넘게 택시영업을 하면서 한 번도 음주 단속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범택시를 모는 60대 기사는 “20대 때부터 택시를 몰았지만, 음주 측정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택시기사의 직업의식을 고려해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다가 오히려 범죄를 봐주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