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클럽, 마약, 성추문, 탈세 등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키워드가 난무한다.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네티즌의 클릭이 빗발친다. 각 언론사의 페이지뷰를 높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일까? 나오면 안 될 보도가 판치는 모양새다.

점점 더 본질과는 거리가 먼,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기사들이 넘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이종현 성추행’ 관련 기사다. 이는 특정 언론의 밀도 높은 취재가 아니라 일부 네티즌의 주장이 바탕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각 기자의 이메일 계정으로 이를 부추기는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보내기도 했다.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팩트 체크가 우선해야 한다. 내용의 특성상 사실 여부를 떠나 관련 기사가 나오는 것만으로 당사자에게 엄청난 타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에는 MBC 예능 ‘호구의 연애’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지윤미 씨가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의 전 연인이었다는 루머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일 뿐이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가 오르자 일부 언론은 각종 의혹 기사를 쏟아냈다. 이 중 이문호 대표나 지윤미 씨에게 직접 확인한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냥 ‘이런 소문이 있다’고 퍼 나르는 정도다. 결국 이런 언론의 수준도 일반 네티즌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이를 두고 한 언론사 기자는 “그래도 되는 시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매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사건이 양파 껍질을 까듯 보도되고, 이런 언론 경쟁에서 밀리자 이슈를 좇을 생각으로 ‘아니면 말고’식 보도를 배설하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만한 보도지만, 워낙 ‘센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니 이에 편승해 의혹 제기 식으로 기사를 써도 된다고 착각하며 언론인의 기본적인 자세마저 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터지면 기사가 넘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취재와 팩트에 기반한 ‘진짜 기사’는 많지 않다. 1개의 특종이 나오면 2차 검증 없이 복사해 붙이는 안일한 기사 99개가 쏟아진다. 심지어 기사의 댓글창에 익명의 네티즌이 올린 의혹이나 주장을 여과 없이 기사화하며 이슈를 만들려는 이들도 있다. 이는 타 언론사의 특종 기사에 빠르게 대처하는 방법이 아니라, ‘기레기’가 되는 지름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