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진상규명” 박상기(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장자연 리스트·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은 특권층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버닝썬 사건과 관련 경찰관 유착 비리가 밝혀지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文대통령 ‘故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의혹사건 철저수사’ 지시

개별 사안 수사지시 ‘이례적’
與 “국민들 진상규명요구 많아”

문재인 대통령이 고 장자연 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 클럽 버닝썬 경찰 유착 의혹을 지목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19일 정치권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단 대통령이 개별 사안에 대해 수사 지시를 내리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야권은 “야당 지도부를 타깃으로 삼으면서 지지율 하락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고 규탄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랜 세월 진실이 묻힌 국민적 관심 사안이기 때문에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이들 사건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1차 보고, 박상기 법무부·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2차 보고를 받은 뒤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소시효 여부와 함께 검·경찰의 고의적 부실·비호·은폐 수사 의혹, 경찰·국세청 등 권력기관 유착 의혹 등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검·경 지도부가 관련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대독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문 대통령의 지시 장면을 담은 4분 분량의 영상과 사진도 배포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국정 지지도 하락 국면에서 재차 적폐 청산 카드를 꺼내 들고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생이 파탄이 난 가운데 동남아 순방을 다녀온 문 대통령의 첫 일성이 야당 대표 죽이기로 가는 수사 지시라니 국민이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여론 반전을 위한 적폐몰이에 다시 들어선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2013년 의혹이 불거진 김 전 차관 사건의 경우 당시 법무부 장관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 청와대 민정수석이 곽상도 한국당 의원인 만큼 이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곽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수사를 먼저 해서 지난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다음에 외압을 거론할 여지가 생기지만 타깃을 정해놓고 수사를 지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한국당의 주장을 재반박하며 청와대에 힘을 실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 세 사건의 본질은 소수 특권층이 저지른 비리이고 공권력 유착 은폐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유민환·김유진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