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MRI·2 ~ 3인실 건보적용 등
올 지출예산만 70조 넘을듯

재원충당은 대부분이 건보료
국민세금이 ‘곳간’ 채우는 셈

올 8년만에 적자 기록했는데
“미래세대 생각 안하고 선심”

올해 정부는 지난해보다 건강보험 급여 지출만 7조8000억 원 이상 늘렸다. 70조 원 이상의 대규모 건강보험 재원을 투입하는 선심성 대책이다. 하지만 이를 충당할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제외하고는 수입구조가 부실하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위기에 봉착하면 결국 건강보험료를 열심히 내는 국민 부담만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곳간’을 다 비우고 채울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 전형적인 ‘핌토’(PIMTO·Please In My Term of Office, 재임 중 선심 남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내부적으로 의료기관이 허위 진료비를 청구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로 새는 재원 규모도 상당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경증 질환 등에 선심성으로 남발되는 비용도 적지 않은 만큼 철저한 재원운영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19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각종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비용으로 책정한 금액은 68조4268억 원이다. 지난해 지출급여비 60조5896억 원보다 7조8372억 원이 늘었다. 여기에 관리운영비, 주요 사업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담금과 예비비 등을 합하면 올해 건강보험 지출예산만 70조8605억 원에 달한다.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응급실 중환자실 비급여부담 완화, 한방 추나요법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병원과 한방병원의 2∼3인실도 보험을 적용하는 대책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연간 천문학적인 비용이 집행되지만, 이를 충당할 만큼의 재원은 부족하다. 정부는 보험료 58조 원, 정부지원금 8조3432억 원, 부당이득징수금 1조4000억 원, 이월잉여금 2조9000억 원 등으로 70조 원을 맞춘다는 ‘복안’이지만 이 중 국민이 꼬박꼬박 내는 보험료 외에는 제대로 걷히는 항목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우선 정부지원금은 매번 충분히 지급되지 않아 논란만 일으켰다. 지난해 정부지원금 예산안은 애초 7조6160억 원이었지만, 실제 정부지원 금액은 5358억 원이 부족한 7조802억 원이었다.

요양기관이 부당 수급하면서 발생하는 누수도 큰 규모다. 지난해 요양병원이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부당 수급한 돈만 8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조차도 부정 수급을 적발해 거둬들인 규모다. 실제 법망을 피해 적발되지 않은 피해액은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징수한다고는 하지만 징수율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산재보험에서 지원받아야 할 치료비를 숨기고 건강보험에서 받는 재정 누수 금액도 연간 최대 3218억 원이다. 고액자산가들이 건강보험료를 상습 체납한 금액은 1750억 원 수준이다. 보통 외래 진료비를 1500원에서 2000원 정도만 내면 치료받을 수 있는 ‘노인 외래 정액제’로 인해 많은 노인이 특별히 아프지 않아도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는 ‘마실 진료’도 불필요한 재정 누수의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이 경증 진료보다는 중증 진료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노인계층이 많아지고, 경증 질환부터 치매 등 중증 질환을 앓는 노인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우려하는 견해는 쏟아지고 있다.

이정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문재인 케어 시작 시점에 정부가 보험료를 3%선에서 유지한다고 했지만, 쌓아놓은 적립금이 고갈되면 보험료도 늘어나게 돼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20조 원을 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8∼2027년의 연도별 건강보험 재정수지를 추계한 결과, 2027년에 누적준비금이 완전히 소진돼 -4조7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획재정부도 앞서 2023년 누적적립금 고갈을 전망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