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권세력 내부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언동이 빈발하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과연 이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려는 세력인지,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해 민주주의라는 구호만 내건 세력인지,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수준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이 16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상징적이다. 과거 독재 시절 ‘외신’은 탄압 때문에 국내 언론이 보도하지 못했던 민주세력의 움직임을 세계에 전파하고, 역으로 국내에 알려지게 함으로써 민주화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런 외신이 현 정권의 대(對)언론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공식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발단은 지난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장한 것이다. 다음날 민주당은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연설 단서가 된 블룸버그 통신 기사를 쓴 기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 등의 주장을 했다. 그 뒤 해당 기자에 대한 위협이 심각해졌고, 지금도 민주당 입장엔 변화가 없다.

우선, 대통령 비판 기사에 대해 ‘매국 행위’, 즉 나라를 팔아먹은 행위인 양 규정한 것은 ‘대통령이 곧 국가’라는 위험한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이런 기류를 초기에 억제하지 못하면 북한의 ‘최고존엄’에 이를 수도 있다. 내·외신을 떠나 언론의 기본적 기능은 권력 비판을 중추로 하는 환경감시임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둘째, 기자 개인을 위협하는 것은 더욱 고약한 일이다. 이미 친여 매체와 친문 네티즌들은 집중 공격을 시작했다. 셋째, 그런 표현은 이미 많은 국내외 언론에서 나왔다. 불만이 있다면,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그래도 미흡하다면 합법적 절차를 밟아 대응해야 한다.

집권세력의 위험한 언론관(觀)은 이미 5·18 비판 처벌법, 가짜뉴스 처벌법 같은 발상에서도 드러났다. 사법부와 야당, 언론의 ‘건강성’은 민주주의 필수 요소다. 현 정권에서 세 가지 모두 위협 받고 있다.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