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겨냥해 벌였던 수사가 10개월여 만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났다.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은 바로 그날(지난해 3월 16일) 울산지방경찰청은 시장 비서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선거 한 달 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이제야 결론이 나면서 ‘선거 낙마용(用) 수사’의 정황이 더 짙어졌다. 더 앞서 그랬다면 한국당으로선 후보를 교체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가능성까지 원천 봉쇄한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격차로 선두를 달리던 김 전 시장은 결국 여당 후보에 패배했다.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후보자의 흠결을 유권자 앞에 투명하게 밝힐 필요도 있다. 그러나 야당 후보 탄압 여지를 남겨선 안 된다. 1997년 대선 국면에서 당시 여당이 ‘김대중 비자금’을 폭로하고 고발했지만, 김영삼 정부와 검찰은 제기된 혐의와 선거 영향의 경중을 고려해 대선 이후로 수사를 유보했다. 이번 사건은 정반대다. 경찰은 공교롭게 수사가 선거 시기와 겹쳤다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2017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송철호 후보를 두 차례 만난 사실이 알려져 의혹은 더 커졌다.

황 청장은 자리를 옮겨 현재 대전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가 지휘하던 울산 경찰은 레미콘 업체 선정 외압 등 3건을 수사하면서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 처 이종사촌 등에 대한 조사도 벌였다. 그런데 아파트 시행권 계약서 작성 등은 무혐의 처분됐고 횡령액도 착수 당시 1억5000만 원이라고 했던 것이 검찰 수사 결과 200만 원으로 줄었다. 정치 후원금 대가성 수사도 뇌물 혐의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정권의 검찰 아닌 국민의 검찰이라면, 이런 모든 의혹을 국민 앞에 밝혀내야 할 책임이 무겁다. 이와 별개로, 이런 행태를 보인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맡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