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상용화 내달로 미루고
저가 압박하며 인가신청 반려
주무 장관도 총선출마로 교체
일관성 실종에 기업 불만 폭주

4차산업 핵심 인프라인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 선점을 위해 우리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글로벌 5G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정부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헛발질’을 해 5G 상용화에 되레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5G를 육성하겠다”는 원칙과 다르게 튀어나오는 엇박자 정책에 기업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초 5G 상용 스마트폰’ 타이틀에 집착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업들과 구체적 협의 없이 ‘3월 말 상용화’를 못 박았다가, 이를 슬그머니 4월로 미뤘다. 오는 28일 예정됐던 ‘코리아 5G데이’는 연기됐고, 새 행사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안정성 테스트, 5G 부품 확보 등 기업 사정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상용화를 밀어붙인 결과다.

그 사이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은 오는 4월 11일부터 5G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공식 밝혔다. 다행히 삼성전자가 11일 전에 ‘갤럭시 S10 5G’를 내놓을 가능성이 큰 만큼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은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으로 인한 혼선은 업계에 가장 큰 리스크(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이달 초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인가신청에 대해 “대용량·고가 구간만 있다”며 반려했다. 사실상 저가 5G 요금제를 내놓으라는 압박이었다. 업계에서는 대용량 데이터를 서비스해 4G인 롱텀에볼루션(LTE)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5G의 특성 자체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이 요금제는 버라이즌의 5G 요금제보다 저렴하게 설계됐다. 정책 리더십도 부재 상태다. ‘5G 장관’을 자처해온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현재 ‘총선 출마’ 교체 대상으로 부처 통솔력에 한계가 있는 처지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