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한나(오른쪽) 씨가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탈북 국군포로 유영복 씨와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 씨는 6·25 참전용사 등의 사진 촬영을 후원하고 있다. 김한나 씨 제공

故 한상국 상사 부인 김한나 씨 ‘영웅은 없었다’ 출간

“경찰·소방관 등 책임은 당연시
그들의 희생은 존중받지 못해”

보훈 개선 위해 싸운 17년 담아
19일 ‘제복이…’ 출간기념 세미나

“우리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하지만, 먼 과거 일은 기억하면서도 정작 17년밖에 안 지난 제2연평해전 등 북한의 도발은 다들 잊거나 헷갈려 합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에게 유가족인 저부터라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45) 씨는 15일 책 ‘영웅은 없었다’를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영웅은 없었다’는 김 씨가 제2연평해전 이후 지난 17년 동안 남편의 명예 회복과 한국의 보훈 정책 개선을 위해 싸워온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오는 19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는 책 출간을 기념해 세미나 ‘제복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하여’가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다. 김 씨는 “북한과의 전투에서 희생된 분들뿐만 아니라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을 입은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제2연평해전 당시 침몰한 참수리 357정을 기리는 상품을 제작해 수익금을 기부하고(문화일보 2018년 5월 11일자 36면 참조),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버튼을 배포하거나 참전용사 사진 촬영을 후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김 씨가 이처럼 ‘제복을 입은 사람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은 우리 사회가 그들을 충분히 존중하고 대우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김 씨는 “우리를 지켜주고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존재들인데, 우리는 그들의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당연시할 뿐 존중과 존경으로 대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희생으로 다른 사람을 구하는 행위가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일인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노력은 지난해 ‘제2연평해전 보상법’ 제정 등으로 열매를 맺었다. 김 씨는 앞으로도 ‘제복을 입은 사람들’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조만간 ‘제복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오는 5월 바자회를 열어 경찰·소방관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존중과 존경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아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게 김 씨의 소망이다. 김 씨는 북한과의 화해·협력에 대해서는 “북한은 우리가 언젠가 통일해서 함께 살아야 할 같은 민족”이라면서도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그들의 본질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