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원(39)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메리츠금융지주 상무로 전직했다. 1월에 퇴직하고 지난 1일 자로 취업했다니 직행이나 다름없다. 민간 회사가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자유지만, 30대의 금융 업무 무경험자에게 브랜드전략본부장 직책까지 신설해 고연봉의 임원 자리를 준 것은 정상은 아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이 회장을 맡고 있어 오해 여지도 없지 않다. 한진은 현 정권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측은 그룹 차원의 브랜드 전략 및 홍보를 담당할 자리를 신설해 적임자를 물색하다가 영입한 것일 뿐, 다른 고려는 없었다고 한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도 통과했다고 한다. 보기에 따라선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폐 청산을 외치고 공정과 정의를 세우겠다는 문재인 정부라면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막 퇴직한 젊은 행정관의 ‘권력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파격적으로 채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직장을 구하는 젊은이 중에는 유능한 인재가 차고도 넘친다. 당사자도 문 대통령의 철학을 존중한다면 그런 대접은 사양하는 게 도리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正義)로울 것입니다”고 했다. 한 전 행정관의 경우를 평등·공정·정의로 여기는 사람이 있을까.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피눈물에 대한 배신에 가깝다. 온라인 공간에 ‘이런 게 문 대통령의 정의냐’라는 글이 넘친다. 실정에 안 맞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으로 박사 학위 실업자까지 쏟아진다. 문 정부에 염치가 있다면 더 이상 ‘일자리 정의’를 외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