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6년 초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정준영(왼쪽)이 ‘황금폰’의 존재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MBC 캡처

“많은 여성분들 들어 있다”
동료가수, 방송서 첫 언급

“청소년에 영향주는 연예인
모럴해저드 방치해선 안돼”
‘압수 조사’ 여론 점점 확산

“정준영의 ‘황금폰’을 조사해야 합니다.”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그가 가진 소위 ‘황금폰’을 압수해 조사하면 추가 피해자가 확인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정준영이 상대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 등이 담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것을 직접 봤다는 이들도 있다”며 “이 휴대전화를 확보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영의 황금폰은 이미 방송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1월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정준영과 함께 출연한 동료 가수는 “원래 정준영에겐 ‘황금폰’이라고 정식으로 쓰는 휴대전화가 아닌 메신저만 하는 휴대전화가 있다. 포켓몬(스터) 도감처럼 많은 여성 분들이 있다”고 말했고, 정준영은 “OO도 저희 집에 오면 황금폰부터 찾는다. 침대에 누워서 마치 자기 것처럼 정독한다”고 농담처럼 답했다. 그해 9월 정준영은 연인이었던 A 씨로부터 신체 일부를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피소된 바 있다. 당시 고소장을 제출했던 A 씨가 며칠 뒤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고소를 취하해 무혐의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또다시 정준영이 여성들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을 동료 연예인들과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되며 사건이 일파만파 번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준영이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와 함께 있는 SNS 대화방 등에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 비슷한 동영상이 더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큰 황금폰을 ‘몸통’이라 보고 압수해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사건을 연예인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를 이용한 성범죄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특히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연예인의 모럴 해저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장은 “이는 과시욕 등이 기반된 것인데 소규모 집단화된 연예인들이 ‘내가 이런 영상을 갖고 있다’고 하며 추앙받고 싶은 1차적이고 유아적인 심리”라며 “그들을 우상으로 바라보는 10대 청소년들이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어 도덕적 기준을 파괴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준영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그가 출연하는 KBS 2TV ‘1박 2일’ 제작진은 12일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정준영의 출연을 중단하고, 촬영을 마친 분량도 최대한 편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