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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검찰 개혁을 앞세웠지만 2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개혁의 성과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정권의 ‘칼’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강해지고 있다. 결국, 검찰 개혁을 앞세워 검찰 길들이기를 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게 된 셈이다. 더욱이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하고, 수많은 법관을 기소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물론 그들이 초법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불법의 증거가 분명한 경우 수사할 수 있고, 구속할 수 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함은 분명하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관련 전·현직 법관이 수십 명이나 기소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적폐청산에 성역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런가? 오히려 적폐청산을 앞세워 삼권분립을 뒤흔들고,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며,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지적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 검찰권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방증이다.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이다. 이를 위해 사법부의 독립, 법관의 신분보장 및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해 헌법이 직접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반 국민도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헌법 제27조 제4항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사법농단 의혹’으로 말이 바뀌었다)으로 인해 사법부를 매도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만일 그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또는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내려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경수 판결처럼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판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인가?

1971년 이른바 1차 사법파동이 있었다. 서울지검 공안부에서 일부 판사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시국사건과 공안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 대한 압력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직 판사들이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153명의 판사가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의 상황은 당시와 다르지 않은, 어떤 면에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 김경수 사건에 대한 재판 결과를 문제 삼고, 친여 단체들이 담당 판사의 신상털기를 통해 재판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급기야 담당 판사가 사법농단 관련자로 기소되는 상황을 국민은, 또 판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법부는 법치의 최후 보루이며, 인권의 최후 보루다. 이를 위해 사법부의 독립이 인정되는 것이며, 그 핵심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특별한 관계로 인해 사법부 독립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 사법 불신으로 인해 재판의 권위가 실추됐고, 검찰의 법관 기소는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법부뿐만 아니라 검찰, 변호사 등 법조 삼륜 모두의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검찰은 흔히 ‘권력의 칼’로 지칭된다. 누가 칼자루를 쥐느냐에 따라 다른 대상을 향해 휘둘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의 무더기 법관 기소를 보면서 많은 국민이 최순실 사건 당시 검찰의 축소 수사와 데칼코마니(轉寫法·전사법)라고 느끼고 있다. 여기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법치는 후퇴할 것이고 정치권력과 검찰의 관계 또한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