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全, 23년만에… 광주 법정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11일 오전 부인 이순자(오른쪽) 여사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건 1996년 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지 23년 만이다. 김선규 기자 ufokim@

死者 명예훼손 재판 출석
지지자들 “인민재판” 규탄
광주선‘사죄 촉구’ 집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에서 열리는 재판에 자진 출석했다.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건 1996년 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지 23년 만의 일이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32분쯤 부인 이순자(80) 여사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와 대기하던 에쿠스 승용차에 탑승했다. 굳은 표정으로 나온 전 전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차량에 올라탄 뒤 경호 차량과 광주지법으로 출발했다. 검은색 줄무늬 정장에 연한 노란색 넥타이를 맨 전 전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지 않는 등 거동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다. 전 전 대통령의 차량이 자택 인근 골목을 빠져나가기 전 보수단체 회원 중 한 명이 ‘5·18은 성역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 인민재판 규탄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뛰어들어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이들 200여 명은 오전 7시 10분부터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모여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에서 내려온 특수군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지만원 씨 등도 참가했다.

전 전 대통령을 태운 승용차가 도착하는 광주지법 후문(남쪽)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이른 아침부터 대기했다. 경찰은 광주지법에 수백 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은 과격한 대응을 자제할 것을 결의하고 전 전 대통령 도착 시각에 맞춰 광주지법 정문(서쪽)∼후문 300여m 구간에서 사죄를 촉구하는 손팻말 등을 들고 ‘인간 띠 잇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재판의 쟁점은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와 전 전 대통령이 헬기사격 사실을 알고도 회고록에 왜곡된 사실을 썼는지 등 크게 두 가지다. 전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 3일 펴낸 회고록에서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이자 가면을 쓴 사탄이다’라고 기술하자, 조 신부의 유족과 5월단체 등은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기밀 해제된 미국 문서,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통해 헬기사격이 있었음이 입증됐다고 보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검찰에 보낸 서면진술에서 “5·18은 나와 무관하게 벌어졌으며, 알고 있는 내용도 없다”고 주장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광주=정우천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11일 오전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