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물뽕[연합뉴스TV 제공]

인터넷·SNS서 주문 유도
해외 메신저 앱 통해 판매도
정부 신고사이트 개설 단속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물뽕(GHB·Gamma-Hydroxy Butyrate)’을 이용한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최음제·흥분제 등의 이름으로 유사 약물이 온라인상에서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다. 마약류 등 유해약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11일 현재까지 운영 중인 한 사이트에서는 ‘작업용 흥분제’란 이름으로 물뽕을, ‘여성최음제’란 이름으로 각종 흥분제 성분의 약물을 판매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선 물뽕에 대해 “무색·무미·무취의 액체로 되어 있고, 술이나 음료·커피 등에 타서 이용하는 여성 작업용 흥분제”라며 “나이트클럽이나 노래방 등에서 술이나 음료에 타 넣은 물뽕을 여성이 복용하게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성범죄를 노골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다른 판매자는 마약류 유통이 사회적 논란이 된 지난 8일까지도 ‘버닝썬’ ‘승리클럽’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트위터에서 각종 흥분제 주문을 유도하는 글을 올렸다.

판매자들은 위챗·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를 통해 판매하며 감시망을 피하는가 하면, 약물을 사용해 유흥업소에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는 후기를 유포하는 식으로 홍보했다. 장춘곤 성균관대 약학과 교수는 마취제 성분의 약물에 대해 “환각 효과 등 쾌감을 느끼려면 양을 많이 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인체에 유해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의료용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보고된 자료를 근거로 불법 유통 의심 사례를 선별해 집중 조사하고, 인터넷·SNS 등을 통해 거래되는 불법 마약류 등에 대해 3∼4월 중 집중점검을 실시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개인 간의 거래는 완벽하게 규제하기 어렵다”며 “마약성 원료의 생산·제조와 수입을 근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마약류 등 유해약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치안정책연구에 실린 ‘마약류 등 유해약물의 사회적 비용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마약류 등 유해약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약 16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검거된 사범에 국한된 것으로, 마약 범죄의 검거율이 실제 발생하는 사건의 10% 정도인 점을 고려한 전체 비용은 2조2380억 원으로 추산됐다. 항목별로는 마약류 오·남용자에게 연간 지출되는 의료비용은 마약 사범 기준 33억344만7000원이었으며, 검거율을 고려한 전체 비용은 9900억3342만 원으로 추정됐다.

조재연·최재규·나주예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