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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영 서울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일본·러시아 3국 대사(大使)를 새로 내정했다. 하지만 장하성 주중 대사와 남관표 주일 대사 내정자의 외교 전문성과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비난받고 있다. 코드에 관계 없이, 전략적 비전과 전문성을 지니고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인 초당적 인물을 내정했어야 했다. 주미대사는 유임시켰고, 강경화 외교장관 교체는 불확실하다. 외교장관과 4강 대사는 최고급 인물이어야 한다.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만을 선정한다면 국익을 도모할 수 없다.

문 정권은 외교·안보 개념과 이해력이 부족해 보인다. 사활적 이익인 한·미 동맹마저 경시하고 소홀히 하는 경향이 짙다. 반면,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 대상인 북한과의 교류 협력은 조급하게 추진하려 든다. 북한과의 남북 협력과 비핵화의 선순환적 해결을 원하며, 평화와 번영만을 외치면서 신(新)한반도 체제를 추구한다. 또,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 정책과 전략에 적극 호응하는 대신 남북 협력을 우선시해 미국과 엇박자를 빚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했다. 하지만 미·북 하노이 회담 결렬 일주일 만에, 북한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과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및 생화학무기와 ICBM 등 대량파괴무기(WMD) 폐기를 포함한 ‘빅 딜’ 문서를 전달했다고 밝히고, 비핵화 없는 제재 완화나 해제는 없다고 했다. 미국은, 문 대통령의 속도감 있는 남북 협력 사업 추진 지시 등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정상회담 ‘결렬’을 볼턴의 개입 탓이라고 했지만, 대북 협상 전략과 우선순위 등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키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을 종료시켰고, 5월 말 예정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마저 폐지키로 했다. 이런 졸속 결정은 반드시 전력과 한·미 동맹 약화를 초래한다. 미국은 지금까지 ‘함께 갑시다’와 ‘오늘 저녁 전투태세 완비’를 강조해 왔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한국은 강훈련 없는 군대로 싸워야 한다.

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 문제점은 유연성 없는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최악으로 만들어 놨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자 배상 문제, 초계기 레이더 공방 등 양국 간에는 악재(惡材)가 적지 않다. 문 정권은 일본 역시 미국과 함께 중요한 안보 파트너임을 명심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 한국의 대중 외교도 사드 배치 문제 이후 계속 표류하고 있는 만큼 서둘러 보수해야 한다.

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은 쉽게 수긍하기 힘든 면이 있다. 한국의 안보 환경은 험난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다. 문 정부는 외교·안보의 방향을 잘못 잡아 크게 흔들리고 있으나, 시행착오 인정과 정책 조정에 매우 인색하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나라와 국민의 미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외교·안보 정책은 국가의 생존 및 번영과 직결되는 중대사이므로 정권 차원을 넘는 초당적인 결정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 우리의 험난한 안보 환경은 전략적 비전을 지닌 현명한 지도자와 전문성과 경험 많은 유능한 최고의 참모들을 요구한다. 외교·안보의 방향과 중심을 놓고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