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1심에서 법정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가담자’로 기소한 데 이어 항소심 재판장을 맡은 차문호 부장판사도 ‘연루자’로 분류해 대법원에 통보했다고 한다. 여권(與圈)에서도 두 법관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적폐 판사’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재판부를 겁박하고 있다.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거나,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재판부를 공격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사법부 독립을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사법 농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연루 전·현직 판사 10명을 추가 기소하면서 차 부장 판사도 ‘참고 자료’ 명단에 넣어 법원에 통보했다. 차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의 사촌 동생 차성안 부장판사가 상고법원 반대 입장을 밝히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부탁을 받고 자제를 전달했다는 것이 전부다. 법 위반이 아니어서 검찰이 기소도 안 했고, 대법원 자체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가까운 친척이 아니라도 판사들끼리 그런 정도의 의견은 교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압력에 굴복해 생각을 바꿨다는 정황도 없다. 그런데도 검찰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연루자로 통보한 것은 지나치다. 당사자에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법원에서 검찰이 생산한 ‘판사 블랙리스트’라는 주장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 검찰은 “수사가 법원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면서 통보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만큼, 김 대법원장의 책임도 무겁다.

1심 재판을 맡았던 성 부장판사는 지난해엔 ‘피해자’로 조사 받았는데, 지난 2월 김 지사 법정 구속 이후 처음으로 ‘피의자’로 바뀌고 ‘가담자’로 기소됐다. 여권 인사들은 또 차 부장판사가 2007∼2008년 당시 양승태 대법관 시절 법관 전속 재판관으로 근무했다는 이유로 ‘양승태 키즈’라며 공격하고 있다. 김 지사 지지자들은 재판부에 대한 협박과 비난을 퍼붓고, 서기호 변호사는 방송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사노비”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보석 결정을 한 판사에 대해서도 ‘지옥에 떨어져라’는 등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이보다 더 심한 사법농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