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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 들인 시간 때문이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자신을 길들여 달라’는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한 말입니다. 여우는 말하죠.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수천 개의 발소리 중에서 네 발소리를 구별할 수 있고,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밀밭이 황금 물결을 이룰 때 너를 기억할 것”이라고, “그러면 밀밭을 스쳐 가는 소리마저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시간을 들여 소중한 관계를 맺으면, 상대는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특별한 존재가 생긴다면 세상을 더 사랑하게 되겠지요.

건축가 윤현준 홍익대 교수의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와이즈베리)는 이렇게 길들여진 특별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책과 방송으로 유명한 윤 교수가 자기 삶과 함께한 사적인 공간 121곳에 대한 단상을 짧게 풀어냅니다.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기억”이라는 햇빛이 비치는 마루에서 시작합니다. 이어 자신이 태어나 살았던 단층짜리 작은 집의 마당, 그 집의 철 대문을 열고 나가면 만나게 되는 좁디좁은 골목, 어머니가 차고를 개조해 열었던 피아노 학원, 첫사랑이 이사 간 동네, 저자가 대학을 가고 유학을 떠나 다시 돌아와 건축가로 일하면서 만난 공간들로 이어집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연애하기 좋은 공간, 혼자 있기 좋은 공간, 일하기 좋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편집자의 간곡한 설득에 책을 쓰긴 했지만 너무 평범해 활자화하기도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누가 이 사소한 공간에 대한 단상에 관심을 가질까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글을 쓰기 전보다 자신을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공간들이 자기 삶에서 순간순간 반짝였던 별이라며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전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순 없다. 순간순간 아주 가끔 아름다울 뿐이다. 우리 삶이 모두 대낮처럼 밝을 수 없어도 약간의 별빛만 있다면 우리는 그 별빛들로 별자리를 만들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나를 만든 공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끔씩 있는 희미한 별빛들이다. 그리고 이 책은 멀리 떨어져 있는 나의 희미한 별빛들을 연결해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려는 시도이다.” 저자는 질문은 던집니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

잠깐 시간을 내어 자기 삶에서 순간순간 빛났던 별들은 무엇이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시죠. 강렬했든 희미했든 반짝이던 별빛들, 그 별들이 이어져 만들어내는 누구와도 다른 자기만의 별자리를. 426쪽, 1만5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