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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욱 서울대 교수·경영학

카카오은행의 선진기업 문화
행장 직책과 대표 사무실 없고
편리하며 소비자 혜택도 커져

보안 강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
시중은행도 핀테크 강화해야
소비자 서비스 향상이 지향점

인터넷 뱅킹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지난 2017년 7월에 출범한 이후, 3000억 원의 자산으로 시작한 카카오뱅크의 자산은 현재 10조여 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접했다. 카카오라는 인지도가 주는 힘도 있지만, 인터넷 뱅킹의 성공은 아마도 지점에 드는 수수료 같은 비용을 없애고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이익으로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뱅킹의 등장은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언론 보도자료에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借主)가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연간 약 220억 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카카오뱅크의 신용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제2금융권 대출 상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차주 중 44.2%가 전액 상환했다.

이처럼 인터넷 뱅킹의 성공에는 선진 기업 문화도 크게 이바지한다고 생각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선진 기업 문화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조직 문화를 국내 인터넷 뱅킹 기업들에서도 볼 수 있다. 수직적인 지배구조가 아닌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직원들을 배려하는 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보통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행장이라는 직책도 없고 대표이사만 있고 그들을 직함이 아닌 영어 이름을 사용해 편하게 부른다. 따로 대표이사 방도 없고 모든 직원이 같은 공간에서 근무한다. 이러한 선진형 기업 문화 덕분에 인터넷 뱅킹 기업들이 기존 금융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인터넷 뱅킹의 발전은 우리 일상에 큰 편리를 가져다준다. 그와 함께 소비자들에게도 금융적인 혜택이 제공되니 이는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뱅킹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편리함과 신속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스마트폰을 이용해 무료로 송금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송금까지 가능하다. 카카오 뱅킹의 사례를 봤을 때 자체 상표의 이모티콘 캐릭터를 이용해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고, 소비자에게 입출금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소비자로서는 이러한 금융업 간 경쟁으로 말미암은 서비스의 향상이 반가울 따름이다. 인터넷 뱅킹의 흥행에 따라 시중은행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앞다퉈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편리한 송금과 저렴한 수수료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전보다 많은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과 핀테크 업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얼마 전 ‘제3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키움증권-교보생명-SBI홀딩스 컨소시엄도 사실상 출사표를 낸 까닭에 인터넷 전문은행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인터넷 뱅킹의 발전에 덧붙여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보안이다. 몇 년 전 우리는 농협은행 해킹 사건을 통해 금융에서 보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실물 통장이 없고 오직 모바일로 거래가 이뤄지는 인터넷 뱅킹에 보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과도한 마케팅 지출을 삼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뱅킹들이 서로의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앞다퉈 마케팅 비용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을 적이 있다. 과도한 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좋지 못한 결과를 줄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우리는 이제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부분 은행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편리함과 신속함이 무엇보다도 중요시되고 있고, 모든 기업이 이를 추구하기 위해 경쟁한다. 또, 그러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편리함과 신속함이 기업에 중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감성’ 마케팅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부터 이러한 ‘감성’과 같은 개인의 만족만을 추구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 하나의 만족을 넘어 이제는 모두의 만족이라는 요소도 중요시됐으면 한다. 따라서 좀 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요소들이 소비자들이 기업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