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증인선서문’ 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27일 미국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에 출석해 증인선서에 앞서 선서문을 들어 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원 공개 청문회 출석

“트럼프 ‘클린턴 이메일 해킹’
공개되기 전에 알고 있었다
대선때 러와 사업 직접 지시”

트럼프 “코언은 거짓말쟁이”
스톤 “코언 증언 사실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변호사로 ‘픽서(Fixer·해결사)’를 자처했던 마이클 코언이 27일 하원 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 대선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이 해킹돼 공개될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을 향해 “거짓말쟁이”라는 트위트를 날렸다.

코언은 이날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인 로저 스톤이 2016년 7월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와 연락한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힐러리 진영에 피해를 주는 이메일이 곧 공개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코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2016년 6월 뉴욕 트럼프 빌딩에서 러시아 인사들과 힐러리 이메일 문제를 논의한 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가가 속삭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좋아, 알았다’라고 말했다”며 “나는 트럼프 주니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메일 문제를 언급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 정부 간 공모의 직접 증거 유무에 대해서는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코언은 러시아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건립 계획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모스크바 트럼프타워에 대한 협상을 지시했으면서도 러시아와의 사업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인지와 승인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그동안 트럼프타워 논의가 2016년 1월까지 진행됐으나 대선 후보가 된 후 중단됐다고 주장해왔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 성관계를 주장한 여성 2명에게 허시 머니(hush money·입막음용 돈)를 전달한 것에 대해 “돈을 지급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주니어로부터 수표를 받았다”며 트럼프 주니어가 서명한 사본을 제시했다. 코언은 증언에서 “양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불법행위를 은폐하는 데 참여하는 선택을 한 것이 부끄럽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자이고,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코언이 첫 공개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을 쏟아내자 정치권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짐 조단(공화·오하이오) 의원은 “116대 의회 첫 공개 증인이 두 달 전 의회에서 거짓말을 해 감옥에 갈 사람”이라며 코언 발언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엘리자 커밍스(민주·메릴랜드) 감독개혁위원장은 “위원회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하던 시간은 끝났다”며 코언을 두둔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코언)는 트럼프와 무관한 나쁜 짓을 했다. 그는 수감 기간을 줄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비난했다. 공모 의혹이 제기된 스톤은 폭스뉴스에 “코언 증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위키리크스 측도 “어산지는 스톤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