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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를 것 없다” 의미

“핵·미사일 실험 없는 게 중요”
現상황 만족하며 장기적 접근
초기수준 北核동결 그칠 우려

김정은 “시간이 중요한데…”
미묘한 발언 의미해석 분분
경제지원 촉박 말했을 수도

영변 등 ‘미래核’ 논의 집중
핵탄두 ‘현재核’ 위협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북한과의 단계적 비핵화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첫 임기가 끝나는 2020년 말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재개되지 않는 상황에 만족하면서 장기적 차원에서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단계별로 주고받는 식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간이 제일 중요한데…”라면서 속도가 중요하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양 정상의 ‘담판’ 결과에 따라 이날 오후 발표될 합의문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수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단독회담 모두 발언에서 “제가 처음부터 얘기했지만 속도가 가장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건 핵실험, 로켓 실험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발사가 없는, 이른바 매우 초기 수준의 ‘핵 동결’ 상황에서 현재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스몰 딜’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들을 수차례에 걸쳐서 주고받으며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2020년 11월 대선까지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열고 선거 직전에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포석을 짠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비교적 시간이 중요하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고 언급했고, “예단하지 않겠다”며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시간’이 비핵화 협상을 위한 시간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북 경제지원을 위한 시간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톱 다운’ 방식 협상을 통해 뚜렷한 결과를 내겠다는 강력한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 급감으로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제재 완화 등 경제적 반대 급부를 반드시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이날 오후에 발표되는 합의문에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수위·방식 등이 담긴다. 북측이 제시한 비핵화 조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북한이 이미 실전 배치한 핵탄두 등 ‘과거 핵’에 대한 폐기 일정이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제시될지가 회담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북 협상 관련 소식통들에 의하면 현재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영변 핵시설 등의 국제 사회 감시 하 검증 폐기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 동결 △모든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동결 또는 일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거론된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중단된 상태이고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미래 핵’이 폐기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핵물질 생산 시설 등 ‘현재 핵’과 실전 배치 단계인 미사일 등 일부 ‘과거 핵’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만을 약속받는 것은 산재해 있는 비밀 핵물질 생산 시설 등을 그대로 두는 것이 되고, ICBM 폐기를 하더라도 핵탄두 폐기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기 때문에 ‘스몰 딜’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때문에 향후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외에 비핵화를 위한 어떤 ‘플러스 알파’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과거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수준이 고도화됐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많은 항목에 대해 구체적인 시간표를 짜야 한다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큰 시간표가 정상회담에서 나오더라도 향후 실무 차원의 회의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이 잘 진행돼 핵 폐기와 관련된 시간표까지 나오더라도 과거에 북한이 약속을 어긴 점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편 미국은 일단 양자 종전선언과 미·북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유력한 상응 조치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협상 태도에 따라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 또는 전략자산 전개 중단, 대북 제재 일부 유예 또는 완화 등이 추가될 수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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