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승현 대만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26일 강원 홍천의 샤인데일 골프&리조트 1번 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오승현 부회장 제공

오승현 대만홀딩스㈜ 부회장

초보시절 이틀에 한 번꼴 라운드
입문 3년만에 베스트 78타 기록
연습 지나쳐 어깨 근육 파열도
수술 않고 시술만으로 재활 성공

“이 동반자가 날 배려하는구나…
그런 마음 느끼는 게 골프 정신”

오승현(58) 대만홀딩스㈜ 부회장은 ‘4일 동안 180홀 완주’를 두 차례나 경험한 열혈 여성 골퍼다. 오 부회장은 남편이 사업차 잦은 골프를 하면서 멤버가 부족하면 늘 자리를 채워 준 ‘깍두기’였다. 하지만 그는 이제 한 골프 모임의 리더로 5년째 활동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한 식당에서 오 부회장을 만났다. 경기 성남 판교의 본사를 출발한 오 부회장은 광화문 인근에서 오전 업무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오 부회장은 “골프란 남이 잘되도록 하고 나로 인해 남이 손해를 보지 않게 서로가 배려하는 운동”이라며 “골프장 밖에서는 ‘과연 어느 정도 배려하면서 살까’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하비 페닉은 ‘골프를 한다면 당신은 내 친구’라고 했지만, 정작 골프만 같이한다고 그냥 친구가 되는 게 아니다”며 “플레이하면서 ‘아, 이 사람이 나를 배려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느껴져야 친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골프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오 부회장은 2014년 한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우연히 동갑내기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골프모임 ‘타이거 골프클럽’의 회장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1962년생 ‘범띠’들로, 월 1회 정기 모임과 주 1회 정도의 ‘번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열정을 갖춘 서울 및 수도권에 사는 골퍼로 구성됐다. 서로를 배려해 줄 수 있는 기량과 관록을 겸비한 핸디캡 12 이내로 제한했다. 현재 모임의 평균 핸디캡이 8 정도다.

오 부회장은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의 미션힐스 골프장 180홀을 두 차례 완주했다. 2016년 7월 10개 코스를 어떻게 여행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컨설팅하는 프로젝트에 프로골퍼, 경영컨설턴트 등과 함께 자문 자격으로 참여했다. 나흘 동안 첫날 36홀을 시작으로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54홀씩, 그리고 마지막 날 36홀을 도는 강행군이었다. 그는 “전혀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너무 재미있었다”며 “오히려 더 쳤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기에 2017년 4월에 다시 180홀을 완주에 이어 올해에는 3월 세 번째 도전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두 번째 도전에서는 50명 완주자 중 180홀 평균 스코어에서 여성으로는 1위를 기록했다. 180홀을 돌고 나니 골프에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에서도 골프를 치는 데 자신감이 넘쳤다.

사실 오 부회장은 골프를 친 지 10년 만에 과한 연습과 라운드로 어깨가 상해 5년 가까이 골프를 멀리했다. 어느 날부터 통증이 찾아오면서 어깨가 돌아가지 않았고 팔을 들어 올리기도 버거웠다. 병원에서 ‘회전근개 파열’ 진단이 내려졌고 시간이 걸려도 수술을 하지 않고 시술과 치료로 재활에 성공했다.

오 부회장은 38세 때 남편 권유로 골프를 배웠다. 초기 2년은 평균 이틀에 한 번꼴로 라운드를 나갔다. 매일 오전에 연습장에서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도 저녁이면 다시 가 2시간 정도 연습했던 열정도 있었다. 남편 지인 중에는 골프를 워낙 좋아하던 멤버가 많아 남편 대신 오 부회장이 자주 초대됐다. 부킹이 어려웠던 시절이어서 시간만 되면 새벽이든 늦은 시간이든 어느 곳이든 쫓아다녔던 시절도 있다. 하루 36홀을 소화할 때도 많았다.

오 부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78타다. 골프를 배운 지 3년도 채 안 되던 무렵 경기 용인의 한성골프장에서 처음 작성해 ‘싱글패’를 받았다. 그 뒤로도 몇 차례 같은 타수를 기록했지만, 어깨 부상 이후 더 이상 낮추지는 못했다. 어깨를 다치기 전에는 드라이버로 200m를 보냈지만, 지금은 비거리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홀인원도 2차례 만들어냈다. 첫 홀인원은 2004년 경기 광주의 곤지암 골프장 8번 홀(파3·110야드) 8번 아이언으로 작성했다. 부부팀으로 나갔는데 이날 따라 남편이 공이 잘 안 맞아 의기소침해 있던 차에 편안하게 치자며 샷을 날렸던 게 그대로 홀로 들어갔던 것. 골프장에서 준 100만 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선물로 받았다. 두 번째 행운은 4년 뒤 경기 성남의 남서울골프장 아웃코스 3번 홀(파3)에서 작성했다. 이글도 파 5홀에서 2온 후 퍼팅 이글 2차례, 파 4홀에서 1차례 등 모두 3번 뽑아냈다.

오 부회장은 “다녀 본 골프장 중 하이난의 미션힐스 골프장 블랙스톤 코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 코스”라면서 “이곳은 아이맥스 영화관처럼 좌우, 앞뒤로 페어웨이가 확 트인 데다 다양한 열대식물이 있고, 현무암이 곳곳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게 마치 화산지역을 걸어서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오 부회장은 골프모임을 이끌면서 의욕과 함께 골프에 더 많은 관심을 지니게 됐다. 그는 골프룰을 정확하게 알고 이해하려는 취지로 2017년 5월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레벨1 스쿨’ 교육까지 수료했다. 이를 통해 골프는 룰대로 플레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식이나 기술, 실력보다 ‘에티켓’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새삼 깨우쳤다고 설명했다. 오 부회장은 “모임의 회장으로서 신경도 쓰고 책임감도 생겨났다”면서 “앞으로 이븐파나 언더파 욕심도 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