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미술賞 등 4개 부문 수상
디즈니가 인수한 폭스는 7개賞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의 최고 승자는 디즈니였다. 25일 아카데미가 25개 부문의 수상자를 모두 가린 가운데 시상식 최고의 주인공은 이집트 출신 이민자로 남우주연상을 탄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도, 인종차별을 넘어 흑인과 백인의 우정을 담아내며 작품상을 거머쥔 ‘그린북’도 아니었다. 만화 제작사에서 어느새 할리우드 최대 스튜디오로 탄탄히 자리 잡은 디즈니였다.

26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이번 아카데미에서 4개 부문에 수상자를 냈다. 디즈니가 2009년 인수한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가 의상상·미술상·오리지널 스코어상을, 디즈니·픽사의 ‘바오’가 단편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았다.

감독상·촬영상 등의 ‘로마’를 만든 넷플릭스가 4개 부문, 작품상·각본상 등의 ‘그린북’을 만든 유니버설이 4개 부문으로 동률이지만 ‘보헤미안 랩소디’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등으로 7개를 싹쓸이한 폭스보다는 적었다.

하지만 폭스는 2017년 말 디즈니에 인수·합병됐다. 뉴스 부문을 제외한 영화와 TV 부문이 모두 디즈니로 넘어갔다. 부채 등을 포함한 인수 금액이 무려 713억 달러(약 79조 원).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는 올 연말쯤 디즈니는 할리우드 ‘공룡’으로 거듭난다.

따라서 폭스가 가져간 7개 트로피까지 포함하면 25개 아카데미상 중 디즈니가 차지한 것은 11개나 된다. 그러나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었다. 디즈니는 그동안 장·단편애니메이션 작품상 단골 수상자였지만 이번에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소니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 내주면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개 부문 수상에는 실패했다.

CNBC는 “디즈니는 ‘블랙 팬서’ ‘보헤미안 랩소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등이 아카데미에 후보 지명된 효과에 힘입어 박스오피스에서 23억 달러(약 2조5000억 원)를 챙겼다”면서 “인수가 마무리된 이후의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마도 디즈니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