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세종서 與최고위 이해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세종시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 대표, 박주민·설훈·남인순 최고위원. 연합뉴스

“교육이 의식·사고 큰 영향
이명박·박근혜 정부 교육
하나의 원인이 됐을 수도
20代 이탈은 일시적 현상”

김현철·장경태 구설 이어
네티즌 “반성 없이 국민 탓”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하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 원인이 현재의 20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데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여권에서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젊은층이 몰리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정에 대한 반성 없이 국민 탓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통화에서 20대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규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하는 게 교육”이라면서 “교육 문제가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 최고위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보다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과연 당시에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20대 남성 지지층 이탈 가속화에 대해선 “아직 깊어진 현상이라고 보긴 어렵고, 일시적 현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 최고위원은 이날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취업난과 소득 수준 악화, 젠더 갈등 등 문재인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은 도외시한 채 젊은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이 같은 발언은 집권 여당의 지도부로서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설 최고위원은 앞서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기본적으로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는 유신체제 이전에 학교 교육을 거의 다 마쳐서 민주주의 교육을 잘 받은 세대였다고 본다”며 “지금 20대를 보면 그런 교육이 제대로 됐느냐 하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여권 인사들이 20대 지지율 하락 현상을 ‘국민 탓’으로 돌리며 구설에 오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지난 1월 말 “젊은이들은 여기 앉아서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말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가보면 ‘해피 조선’”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대란으로 청년층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불만 있는 국민이 나가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낸 김 전 보좌관은 결국 사임했다. 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지난 19일 “(20대가) 성인지 감수성에 기초한 사고를 하기까지 성숙해가고 발달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설명과 홍보가 필요하다”며 최근의 젠더 갈등이 20대의 부족한 인식 탓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여권의 설화가 반복되는 이유는 자신들이 무조건 옳다는 ‘진보 선민의식’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조기숙 홍보수석은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고, 국민은 아직도 독재 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했다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