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위해 걸어오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文정부, 성급한 긴장완화 조치
대북안보 쉽게 허물어질까 우려

“제가 국방부 정책기획국에서 남북 평화 구축을 위한 군비통제 방안을 연구했지만 현재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구조적 군비통제’는 신뢰 구축이 다 되면 검토할 대상이었지 지금처럼 신뢰 구축도 안 된 상태에서 대북 안보를 허무는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19 남북 군사합의서’에 담긴 내용은 보수 정부의 국방부가 검토한 사안임에도 일부 예비역이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안보불안을 제기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제가 정책기획국 차장·국장을 했다”고 운을 뗀 뒤 이같이 평가했다. 2000년대 국방부와 합참이 남북 군비통제 방안을 연구·검토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지만, 당시 검토 내용은 9·19 군사합의서 내용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전 장관은 “과거 국방부와 합참은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 단계를 설정했는데, 제일 처음 신뢰를 구축하고 그다음 실제 교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용적 군비통제를 한 뒤, 문제가 없으면 실제 무기 체계를 줄이는 등 군축에 들어가는 ‘구조적 군비통제’로 가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당시 검토안에서 구조적 군비통제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신뢰 구축과 이를 검증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군비통제를 위해서는) 상대방이 모든 합의 사항을 이행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과정이 필수”라면서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유럽 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군비 통제 과정을 일례로 들었다. 당시 유럽 각국은 군비 검증단을 파견해 검증단이 각국의 모든 군비 운용 상황을 샅샅이 체크했다는 것. 김 전 장관은 “이런 체크를 다 해보고 이상이 없어야 운용적 군비 통제를 할 수 있고, 그래야 안보 불안이 해소되지만 현재 남북 간에는 그런 사전 단계 없이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들이 이뤄졌다”며 “남북군사위원회를 설치해 상호방문하고, 군사 훈련을 공개하는 등의 신뢰 구축 조치가 지금이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