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대전 유성구에 있는 이 회사 기술혁신연구원 배터리 R&D센터 EMC 룸에서 전자파로 인해 배터리 성능이 영향을 받는지 시험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4)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R&D센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투자
니켈 80% 제품은 지난해 양산
15분에 75% ‘고속 충전’목표

1000억 투입 성능평가동 운영
충·방전기 1만여개 시험 반복
고열·침수 등 가혹한 환경조성
과충전 발화 등 안전성 점검도

SK그룹은 미래 신성장 분야를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산업에 대비하고 있다. SK그룹은 향후 3년 동안 반도체·소재, 에너지 신산업, 의료,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미래 모빌리티 등 5대 중점 육성 분야에 80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는 ICT 역량을 접목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효율화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시스템을 육성하는데, SK이노베이션은 연간 2000억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 투자하는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이며, 그 중심에 배터리 R&D센터가 있다. 지난 11일 찾은 대전 유성구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 배터리 R&D센터에서는 배터리의 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연구부터 셀(전지) 및 모듈(셀의 묶음) 개발, 성능·안전성 시뮬레이션 및 실증 테스트까지 모두 이뤄지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R&D센터는 2년 안에 지금보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30% 이상 늘릴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NCM811(니켈 80%, 코발트 10%, 망간 10%)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니켈 함량을 88%까지 높이는 배터리 연구를 진행 중이며, 내년이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장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연구소장(전무)은 “2020년 니켈 88%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거의 모든 전기차가 500㎞를 달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까지는 니켈 90% 함유 배터리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양극재의 니켈 함량이 올라갈수록 에너지 밀도는 높아지지만, 대신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면서 출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니켈 함량을 높이면서도 배터리 안전성을 유지하는 게 핵심인데, 이를 위해 양극과 음극이 만나지 않도록 하는 분리막 기술이 중요하다. NCM811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었던 것도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제조 기술력 덕분이었다. 황재연 배터리 R&D센터 개발전략 유닛(Unit)장은 “니켈 80%짜리 배터리를 1500번 정도 충전하면 일반적으로는 용량이 20% 줄어드는데, SK이노베이션의 NCM 811은 10%만 날아간다”고 말했다.

사실 500㎞ 정도면 전기차로서 주행거리에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준이 된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니켈 88% 함유 배터리 상용화 이후의 과제가 ‘급속 충전’이 될 것으로 보고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2020년까지 배터리를 15분에 75%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 소장은 “주행거리 500㎞ 전기차를 기준으로 5분만 충전하면 25%, 즉 125㎞를 더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속 충전이 이뤄지려면 두 가지가 필수적인데, 배터리 업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소재를 제어하고 코팅하는 전극 기술을 개선하는 것이다. 충·방전기를 조절해 처음에는 빠르게 충전하다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는 테스트, 셀에 주는 충격은 줄이면서 충전 속도는 높이는 패턴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배터리 R&D센터는 7층짜리 ‘배터리 성능평가동’을 운영하고 있다. 건물 하나에 충·방전기만 모아둔 곳이다. 안에 들어가자 작은 저장고처럼 생긴 수많은 ‘챔버(Chamber)’ 각각에 배터리 셀이 들어 있었다. 어떤 챔버는 영상 45도, 다른 챔버는 영하 10도 등으로 설정돼 있었다. 온도, 전류, 전압을 바꿔 가며 각각 다른 조건에서 배터리 출력이 얼마나 저하되는지 성능을 시험하는 것이다. 2∼7층은 셀 충·방전기, 1층은 모듈 충·방전기로 채워져 있는데 개당 수백만 원짜리 충·방전기를 1만 개 이상 가동하고 있다. 이 소장은 “건축비만 450억 원, 충·방전기 비용까지 합치면 1000억 원이 넘게 들었다”고 소개했다.

폭발이나 전자파 배출 등 위험성이 없는지도 꼼꼼히 테스트하고 있었다. ‘EMC(전자파 적합성·Electromagnetic Compatibility) 룸’에 들어가자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올 법한 커다란 전자파 발생기와 측정기가 설치돼 있었다. 전기차를 통째로 끌고 와서 테스트할 수 있는 규모였다. 외부 전자파에 의해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지, 반대로 배터리에서 나온 전자파가 자동차 전자장비에 영향을 줄 위험은 없는지 검증하는 곳이다.

‘안전성평가동’에서는 고열, 고압, 진동, 침수 등 가혹한 상황에서 배터리를 시험하고 있었다. 셀을 방폭 챔버에 넣고 과충전해 불이 나는지, 내부에 가스가 차서 부풀어 오르는지, 어떤 가스가 먼저 새는지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용량의 5∼10배, 정격 충전 전압의 5배 이상으로 과충전해도 멀쩡해야 제품으로 출시된다고 했다. 침수시험은 나트륨 용액이나 부식성이 있는 전기차 부동액에 배터리를 넣어 셀 상태가 변하지 않는가 확인하는데, 이날은 부동액에 셀을 넣어 시험 중이었다. 가열시험은 210도까지 온도를 올려도 불이 나지 않아야 한다. 못으로 찌르는 관통시험도 하는데, 이름은 못이지만 실제로는 쇠막대기에 가깝다. 50t의 무게를 가해 셀 부피가 50%로 줄어들 정도로 압축하고, 65㎝ 높이에서 9.8㎏짜리 추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모듈 압축기는 300t 무게로 누른다.

황 유닛장은 “배터리 R&D에 집중 투자한 결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임러그룹이 우리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신차가 나올 예정이며, 다임러 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성능차 브랜드에도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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