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환경부 등 관리부처 나뉘고
화평법·화관법 등 적용법률도 달라

“소비자들은 헷갈린다.”

화학물질이 우리 생활 곳곳에서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복잡하게 나뉘어 있는 화학물질 관리 기준 때문에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15만 종에서 많게는 50만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가운데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유해화학물질은 900종 정도만 지정돼 있어 별도의 영업허가를 받은 사업자만 취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같은 화학물질이라도 사용처 등에 따라 관리하는 곳이 다 제각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씰리침대 라돈의 경우 방사성물질이기 때문에 관리 자체는 ‘생활주변 방사선안전관리법’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자재 등에 포함된 라돈은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고 있고, 대기나 실내 공기 중에 있는 화학물질은 환경부가 맡고 있다. 또 초·중·고 시설은 교육부, 유치원·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작업 공간에 대한 화학물질은 고용노동부 등 부처별로 업무가 분산돼 있다.

벤젠과 같은 통상적인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도 나뉘어 있다. 물질 자체의 독성을 측정하는 기준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기록이 돼 있고, 화학물질 제조나 생산·이동 등 취급 시설 및 관리 기준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근거가 마련돼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생활제품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은 올해부터 시행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학제품 안전법)에 안전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화학물질의 유해성이나 안전기준에 대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식품회사에 다닌다는 한 네티즌은 최근 블로그에 “2년 전 유해화학물질 정기검사를 받을 때 세척제로 유독물질 3개 약품을 사용했는데 이들 제품이 식품첨가물로 분류돼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었다”며 “최근 정기검사를 다시 받게 됐는데 이들 물질은 분명 유독물질로 알고 있는데 식품첨가물로 분류되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올렸다. 화학물질을 직접 취급하는 담당자들조차 유해물질 기준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물질이 어떤 용도로 쓰이느냐에 따라 유해성이 달라지고, 신규 물질이 나왔을 때 독성 평가는 전수조사가 아니라 샘플링 조사를 하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어린이 장난감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슬라임’에서 유럽연합(EU) 기준치의 최대 7배에 달하는 독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힌 서울대 논문이 실제보다 과장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