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강원 정선의 병방치전망대에 설치된 스카이워크. 해발 583m의 절벽 끝에 길이 11m의 U자형 구조물을 설치하고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스카이워크를 만들었다.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면 저 아래 동강을 내려다보며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겨울과 봄의 중간 레포츠 여행 명소

단양 만학천봉 정상 집라인
남한강 조망하며 스릴 만끽
하동 금오산은 시속 120㎞

부산 오륙도의 스카이워크
35m 해안절벽 현기증 날듯
정선 병방치·소양강도 북적

국내 최장 소금산 출렁다리
숭숭 뚫린 구멍에 오금 저려
만지·연대도 잇는 다리도‘굿’

이즈음의 여행은 지루하다. 봄은 아직 멀었고, 그렇다고 흰 눈의 한겨울도 아니다. 풍경도 황량하다. 이럴 때면 여행지에서 레포츠를 즐겨보면 어떨까. 집와이어를 타고 짜릿한 하강을 즐겨도 좋고, 해안가 벼랑에서 투명한 유리의 아찔한 스카이워크를 걸어도 좋겠다. 아찔한 협곡이나 깊은 물 위에서 발을 디딜 때마다 흔들거리는 출렁다리는 또 어떤가. 이런 아찔한 레포츠를 즐길 만한 여행지를 골라봤다.

◇줄을 타고 미끄러지는 맛… 집와이어 =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철제 밧줄로 잇고 도르래를 타고 내려가는 레포츠. 그게 집트랙으로 불리든 집라인으로 불리든, 혹은 집와이어로 불리든 다 비슷비슷하다. 먼저 충북 단양의 ‘만천하 집와이어’는 남한강을 조망하는 전망대 만천하 스카이워크와 함께 운영되는 곳이다. 스카이워크 아래에 설치된 집와이어는 길이 980m의 2개의 고정된 와이어로프를 타고 활강하듯 강변까지 내려가는 이색 익스트림 스포츠다. 남한강 수면으로부터 120m 높이의 상공을 시속 50㎞를 넘나드는 속도로 미끄러져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만학천봉과 환승장을 잇는 1코스와 환승장과 주차장까지 가는 2코스 로 구성돼 있다. 집와이어 탑승 전에 먼저 스카이워크에 올라 남한강 일대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경남 하동의 금오산 자락에 설치된 시설은 집와이어라고 부른다. 집와이어를 타면 해발 850m 금오산 정상에서 최고시속 120㎞로 3.19㎞ 거리를 3번에 걸쳐 내려온다. 최대 경사가 27%에 달한다. 줄을 타고 내려가면서 펼쳐지는 다도해 풍경이 인상적이다. 3구간 중 1구간이 가장 짧지만 난도는 가장 높고 2구간, 3구간으로 이어지면서 난도가 낮아진다. 3구간에서는 와이어를 잡은 두 손을 놓고 활강할 정도로 여유가 생겨 주위의 다도해 풍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수도권인 경기 의왕에도 ‘의왕 스카이레일’이 있다. 왕송호수를 배경으로 길이 350m를 하강하는 3개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최고속도 시속 80㎞를 자랑한다. 왕송호수가 한눈에 담기는 타워전망대에서는 왕송호수의 전경과 함께 자연학습공원의 경관도 감상할 수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충북 단양의 만천하 스카이워크. 스카이워크 아래 줄을 타고 단숨에 강변까지 하강하는 ‘만천하 집와이어’가 있다.

◇아찔한 벼랑 위를 걷다… 스카이워크 = 스카이워크란, 높은 지대나 물 위에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된 구조물을 설치해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스릴감을 느끼게 하는 시설을 일컫는다. 부산에는 스카이워크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오륙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동해와 남해의 경계지점인 승두말에 설치된 오륙도 스카이워크의 경관이 가장 훌륭하다. 35m 높이의 해안절벽 위에 철제빔을 설치하고 그 위에 유리판 24개를 말발굽형으로 이어놓은 15m의 유리다리다. 바닥은 12㎜ 유리판 4장에 방탄필름을 붙여 특수 제작한 고하중 방탄유리로 설계됐다. 발 아래 투명유리를 통해 파도가 절벽을 때리는 모습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함을 느끼게 한다.

강원 정선읍 북실리와 귤암리 사이의 병방치 전망대에는 한반도 모양의 밤섬 둘레를 동강 물줄기가 180도로 감싸 안고 흐르는 비경 위에 놓은 병방치 스카이워크가 있다. 병방치 스카이워크는 해발 583m의 절벽 끝에 길이 11m의 U자형으로 돌출된 구조물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전망대다. 이곳에서 한반도 지도 모양을 한 밤섬과 동강의 아름다움을 조망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강원 춘천의 소양강에도 소양강 스카이워크가 있다.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춘천의 랜드마크인 소양 2교와 소양강처녀상 옆에 있다. 스카이워크는 의암호 수변에서 호수 안의 ‘쏘라기상’ 앞까지 이어진다. 전체 길이 174m 중에서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된 구간이 156m에 이른다. 의암댐 인근 자전거도로에도 의암호 스카이워크가 있어 춘천에는 스카이워크 시설이 두 개다. 의암호 스카이워크는 수면 위 12m 높이에 직선 구간 10m, 지름 10m 원형 모양 코스로 이뤄져 있다.


◇산을 건너고 바다를 건넌다… 출렁다리 = 소금산 출렁다리는 강원 원주에서 서쪽으로 17㎞ 떨어진 섬강과 삼산천 강물이 합수되는 지점의 섬강 유원지 인근에 있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길이 20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산악보도교다. 소금산 출렁다리가 생기기 전까지 국내 최장 산악보도교였던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의 길이가 150m라니 소금산의 것과 제법 차이가 난다.

다리 길이도 길이지만, 소금산 출렁다리는 높이도 압권이다.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의 지상고는 45m이고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해발 800m에 설치된 봉화 청량산 하늘다리의 지상고도 70m 남짓인데, 소금산 출렁다리의 지상고는 아파트 40층 높이와 비슷한 100m다. 국내 최장·최고의 산악보도교라 자랑할 만하다. 여기다가 소금산 출렁다리는 바닥 전체에 숭숭 구멍이 뚫린 격자형 강철소재를 깔았다. 난간도 굵은 철사로 엮었다. 다리 위에 서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충남 청양의 천장호에도 출렁다리가 있다. 저수지를 건너는 길이 207m의 다리다. 다리 한가운데 청양의 특산물 구기자와 고추를 형상화한 높이 16m의 주탑을 세웠다. 출렁다리의 폭은 1.5m 정도. 다리에 올라서서 20m쯤 걸어가면 ‘출렁다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리가 상하좌우로 출렁이며 은근한 스릴을 선사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전망대와 칠갑산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칠갑산 산행이 버겁다면 천장호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겠다.

경남 통영의 두 섬, 만지도와 연대도 사이에도 출렁다리가 놓여있다. 이웃한 두 섬이 출렁다리로 이어지며 한 묶음의 섬이 됐다. 섬으로 가는 배편은 산양읍 남단의 달아항과 연명항(연명마을)에서 출발한다. 달아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학림도, 저도 등을 거쳐 연대도와 만지도에 닿는다.

만지도와 연대도를 잇는 출렁다리는 지난 2015년에 놓였다. 다리 길이는 98.1m로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출렁다리는 다리 자체보다는 두 섬 사이의 바다를 도보로 잇는다는 의미가 있다. 다리가 놓이면서 10여 가구가 고작인 낙도 만지도와 ‘명품섬’으로 불리는 연대도를 두루 둘러볼 수 있게 됐다.

박경일 기자 par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