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 = 송재우 기자 jaewoo@

홍남기 취임70일 엇갈린 평가

“성실하며 약속 지키려고 노력”
경제부처 등 잇단 호의적 평가

규제혁신·지역 일자리 관련 등
대책 발표 일정 수십개 있지만
굵직한 대책·강한 시그널 없어

‘캘린더(일정표) 부총리를 아시나요?’

19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취임 70여 일을 맞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매우 성실하고, 취임 당시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부총리 취임 이후 전임자보다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직원과의 ‘스킨십(접촉)’도 많아지고, 업무 처리 방식도 합리적이어서 부내(部內) 평가도 호의적이다. 그는 매주 기업체 등에 대한 현장 방문 등 외부 접촉을 많이 하고 있고, 경제활력대책회의 등을 통해 업무를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 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와 청와대 간에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나오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정책 조정이 전공(專攻)’이라는 홍 부총리와 쓸데없이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명됐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합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이 경제 정책을 두고 이견(異見)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견이 외부에 드러나는 일은 사실상 없어졌다.

그러나 홍 부총리가 경제부총리의 위상(位相)을 보여줄 만한 메시지를 보내는 데는 다소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캘린더 부총리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최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주요 과제 액션플랜(실행계획)’ 39개 과제(일부 중복 포함)에 대한 대책 발표 일시 등을 밝혔다. 규제 혁신(4개 과제), 상생형 지역 일자리 창출(1개 과제), 투자 활성화(1개 과제), 창업생태계 강화(8개 과제), 산업혁신(24개 과제), 수출 활력 제고(1개 과제) 등이다. 경제활력대책회의 등 주요 회의의 모두 발언 내용도 ‘언제, 무슨 대책을 발표하겠다’가 대부분이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경제부총리가 경제 분야 과제를 꼼꼼히 챙기는 것은 분명히 미덕(美德)”이라면서도 “액션플랜이 수십 개에 달하지만, 시장과 경제 주체에게 강한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는 굵직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는 게 다소 아쉬운 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핵심 과제에서 경제 주체에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