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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블랙리스트는 국가 폭력” 비판하더니…

환경부 표적감사 시도 문건
컴퓨터 ‘장관 폴더’서 발견
김은경 前장관에 보고 된듯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건 초기 “장·차관 보고는 없었다”던 환경부는 한발 물러섰다. 검찰이 환경부가 전 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내보내기 위해 표적 감사를 시도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 김은경(사진) 전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김동진 환경부 대변인은 18일 “검찰에서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수사 중인 상황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가 지난달 환경부를 압수 수색하면서 감사관실 컴퓨터에서 장관 전용 폴더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폴더 안에서 ‘산하기관 임원 조치 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 등이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진행 중인 수사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폴더에서 발견된 것으로 지목된 문건에는 환경부가 환경공단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등을 감사한 이유와 특이 사항을 정리한 ‘환경부 감사 수감 현황 보고’ 문건도 포함됐다. 지난해 2월 28일 작성된 이 문건에 따르면 같은 해 2월 22일 시작된 임원에 대한 감사는 기간이 무기한이었다. 이외에도 환경부가 사표를 거부하는 산하기관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감사하겠다는 등 내용이 담긴 문건들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달 말 김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고 설 연휴 전 김 전 장관을 비공개 소환조사한 바 있다.

파장이 커지자 환경부 관계자는 “추후 수사의 종합결과가 발표되면 내부회의 등을 통해 재발방지와 같은 입장 표명이 있지 않겠느냐”며 “이번 사건으로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고 다들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말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 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문건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이 김 전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환경부는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 등이 장·차관님까지 보고되진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도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 폭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돼 지난해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최재규·이해완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