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사고 등 안전 대비 충분

허가취소땐 지역경제 악영향”

3·4호기 소송 영향 여부 촉각

법원이 공론화 결정에 따라 건설이 재개된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과 관련한 소송에서 절차적 위법성보다 공공복리 측면이 더 우선한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이는 현재 중단 상태인 신한울 3·4호기와 관련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5일 법원과 정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전날 그린피스 등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사정판결(事情判決)’을 내렸다. 사정판결이란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면 법원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원안위가 절차적으로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다. 원안위 위원 중 2명이 위촉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한수원이나 관련 단체의 사업을 수행해 위원으로 결격사유가 있다는 점과,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건설허가를 신청 시 제출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기재도 미비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가지 위법 사항만으로는 원전 건설 허가 처분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고리 5·6호기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강화된 안전성 개선 조치를 모두 이행하는 등 원자력안전법상 ‘중대사고’에 대비한 설계를 충분히 갖췄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와 함께 건설허가 처분을 취소할 경우 1602개에 이르는 관련 사업체들 중 상당수가 도산해 산업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가 직접 “처분의 취소로 예상되는 약 4년의 건설중단 기간에 약 1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여기에 사회적 비용까지 더하면, 처분 취소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크다”고 밝힌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전에 심대한 위반이 없는 경우, 이미 진행 중인 대규모 사업을 중단하게 된다면 그 영향이 사회 전반에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중단 상태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주요기기의 ‘사전 제작’이 진행됐다. 한수원의 발주로, 두산중공업이 주요기기를 제작했고 이에 따른 비용이 4950억 원에 달한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