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오카시오코르테스 주도
“인센티브 과도·주거비 부담”
아마존, 혜택 축소 우려 철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미국 뉴욕 퀸스의 롱아일랜드시티에 짓기로 했던 ‘뉴욕 제2본사(HQ2)’ 설립 계획을 공식적으로 백지화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민주·뉴욕) 하원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이 인센티브 제공 등에 반대 목소리를 내자 미련 없이 투자계획을 접어 향후 정치적 책임 공방이 불거질 전망이다.

14일 CNBC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날 성명을 통해 “뉴욕 시민들의 70%가 제2본사 설립 및 투자계획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많은 고민과 검토 끝에 뉴욕 퀸스의 롱아일랜드시티에 제2본사를 세우려는 계획을 더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마존 측은 “새 본사 설립에는 해당 지역 선출직 공직자들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뉴욕주 및 롱아일랜드시티 지역 정치인들이 계획에 반대하고 협조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철회 사유를 밝혔다.

아마존이 뉴욕 제2본사 설립 계획을 철회한 것은 뉴욕주 등이 약속했던 총 30억 달러(약 3조3780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 제공이 무산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제2본사 부지로 뉴욕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와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내셔널랜딩 등 2곳을 선정하고 50억 달러를 투자해 두 지역에서 각각 2만5000명의 신규인력을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뉴욕주와 시정부는 세금 혜택, 기반시설 제공 등 30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역 정치인 및 일부 주민은 아마존에 대한 인센티브가 과도하고 제2본사가 들어올 경우 집값이 치솟아 거주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민주당의 ‘떠오르는 샛별’인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 반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등은 장기적으로 275억 달러의 세수 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며 아마존이 뉴욕에 오지 않는다면 정치적 반대 때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어 향후 책임 공방이 예상된다.

뉴욕 제2본사 설립을 취소한 아마존은 이를 대체할 새 후보지를 물색하는 대신 버지니아주 제2본사만 예정대로 추진한다. 아마존은 “현시점에서 제2본사 입지를 다시 물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버지니아와 내슈빌에서는 계획된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네시주 내슈빌에는 아마존의 운영·물류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뉴욕을 제치고 제2본사를 유치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섰던 시카고는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 됐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