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운수, 버스기사 소송 패소
재계 “적자에도 미지급분 주나”
판결 앞둔 기업들‘줄 패소’우려

대법원이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버스기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계에 통상임금 소송 ‘줄패소’ 공포가 덮치고 있다. 대법원은 특히 경영상 위기 때는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소급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도, ‘경영상 위기’로 인정되는 구체적 기준은 제시하지 않아 혼돈을 키우는 결과만 낳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5일 “매출을 통상임금 지급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기업이 적자를 내도 통상임금 미지급분은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심급에 따라 정반대의 판결이 선고되는 등 판결이 일관되지 못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에서는 사법부가 판단하기 어려운 회사의 경영상황을 신의칙 요건으로 본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통상임금, 신의칙 정책세미나’에서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본질적이고 핵심적 요소는 ‘계약 상대방(기업)에게 보호할 가치가 있는 더 높은 신뢰가 있는가’이지, ‘추가수당 지출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는가’는 사후적이고 외부적인 사실관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당장 오는 22일 2심 판결을 앞둔 기아차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 명은 2011년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7년 원고(근로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아차는 그해 3분기 9777억 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그 결과 4270억 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1심 또는 2심에서 승소한 기업들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 현대미포조선, 금호타이어,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7년 종업원 450인 이상 기업 중 통상임금 소송을 하고 있는 35개 기업이 모두 패하면 총 8조3673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