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13일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고용 쇼크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월 대비 취업자가 1만9000명 증가에 그치고 실업률은 4.5%로 9년 만의 최악이다. 또, 실업자는 122만 명으로 19년 만에 최대로, 가히 ‘고용참사’라 부를 만하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매우 당혹스러운 성적표였다. 그런데도 기재부의 대책은 공공기관 2000명 추가 채용을 검토한다는 임시방편뿐이다.

사실, 이번 고용 쇼크는 예고된 참사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경영 압박을 느낀 소상공인들이 기존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주휴수당 지급으로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줄여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용참사의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진단은 뒤로 한 채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을 늘리는 땜질식 처방만 내놨다.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만큼 경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소득주도 성장의 폐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일 뿐 아니라 시장에도 청색 신호를 줄 수 없다. 지지자들을 의식해 경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집권 1∼2년 차에는 통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젠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경제정책을 과감히 전환해야 할 때다.

실패로 드러난 소득주도 성장을 포기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 인상과 법정 근로시간 단축 등 현장에 맞지 않는 기존 정책들이 옳은 방향이고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식의 아전인수(我田引水) 해석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올해도 우리 경제의 전망은 먹구름이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경제는 구조조정 지체로 인해 주요 수출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있고, 각종 국내 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등의 대외 리스크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크레디트스위스 등 해외의 주요 투자은행(IB)은 이보다 낮은 2.4% 성장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은 이미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올해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정점을 찍은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 말부터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어 올해 반도체 업종의 전망이 어둡다. 지난 1월 반도체 수출이 23%(전월 대비) 급감한 사실은 그 방증이다.

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을 대전환해야 한다. 먼저,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은 지난해 16.4% 상승에 이어 올해 10.9%가 오른 만큼 앞으로는 가능한 동결 수준을 유지해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지금처럼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이 시급하다. 특히, 탄력근무제의 기간 확대를 6개월∼1년으로 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기(氣)를 살리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들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를 더욱 확대해 우리나라에도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신사업 진출 및 확대에 방해가 되는 포지티브 식 규제를 네거티브 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결국, 기존 경제정책의 실패를 과감히 인정하고 빠르게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고용참사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