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 정비사업 난항
도로 이정표·노선 기존표지판
9400개 바꾸는데 최대470억

“표지판 많은 지역은 큰 부담
市·정부가 예산 보전해줘야”
市 “당장 지원 어려워” 난색

지난 2014년부터 전면 시행된 도로명주소 정착을 위해 정부 주도로 각 기초자치단체가 도로 안내 표지판을 ‘도로명 표지판’으로 교체·정비하고 있으나, 사업에 드는 막대한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도로명 주소 사용을 의무화한 관련 법에 따라 서울 시내 자치구들도 지난해부터 안내 표지판을 개당 300만~500만 원씩 들여 교체·정비하고 있다.

14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을 기준으로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표지판 중 교체 대상은 9400여 개로 모두 교체할 경우 최소 280억 원에서 47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표지판은 방향, 방향예고, 이정표·노선 등으로 현재 시도 및 구도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도로 표지판에 관한 유지·관리가 자치구 업무여서 표지판 정비에 드는 예산을 고스란히 자치구가 떠맡고 있다. 자치구들은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드는 데도 시와 정부 모두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31일 열렸던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회의를 통해 정비 사업에 드는 예산을 시비로 보조해 줄 것을 시에 건의한 상태다.

서울 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는 “도로명주소 정착을 위해 표지판 정비를 서두르라고 하면서 정비 성과를 정부 합동평가 지표에까지 포함했다”며 “재정자립도가 낮거나 면적이 커 표지판이 많은 자치구는 한정된 예산으로 어려움을 겪는데도 ‘표지판 설치에 필요한 예산은 알아서 하라’고 하면 자치구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도 “정부 지침으로 올해 교체 대상의 1.8% 작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대로라면 10년이 지나도 20%만 손볼 수밖에 없다”며 “같은 도로 노선인데도 예산 부족으로 어디는 도로명이고, 어디는 기존 표지판이라면 운전자들에게 혼란만 준다. 시나 정부가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예산을 보조한다면 운전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치구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시는 “당장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 전역으로 따져도 상당히 큰 금액이 필요해 당장 예산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자치구의 부담을 덜도록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하거나 내년 예산에 자치구 보조 예산을 반영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