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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께서도 사람을 알아보는 데(知人) 실수가 있었다.”

혜강 최한기는 사람 알아보는 것의 어려움을 말하기 위해 공자의 사례를 들었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오해받은 담대멸명(澹臺滅明)이 그 경우인데, 공자는 처음에 그의 추한 외모를 보고 별다른 재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가 공적인 일이 아니면 권력자를 만나지 않는 등 ‘쉬운 길의 유혹’을 잘 이겨내는 인재라는 걸 알고, “외모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면 실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 역시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1423년 겨울 중국에 사신으로 간 권희달이 그 예다. 그는 명나라에 가서 “우리나라에서 바치는 말은 똥 싣고 다니던 말”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심지어 명나라의 관리 등 각국의 사신들이 모여 있는 황제의 궁정, 즉 자금성 안에서 팔뚝을 걷어붙이며 주먹질로 사람을 쫓아내 ‘사신의 위의(威儀)를 크게 잃기’도 했다. 세종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사람을 잘못 알고 보낸 게 심히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는 뚝심이 있어 격구를 잘하고, 시위(侍衛) 서는 일에도 부지런해서 태종과 세종의 총애를 받았다. 명문가 출신이면서도 독이 든 약을 왕 대신 먹어보고 구토할 정도로 충성심도 높았다. 그런 그도 사신으로 가서 나라 망신을 시키고 파직당했다.

최한기의 생각은 분명했다. 외모나 개인적인 충성심으로 사람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 오직 일하는 능력을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모는 비록 못생겼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실제적 혜택을 미치고, 자기 안에 있는 줏대를 잘 붙잡아 지키는 사람”이 곧 참된 인재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그러면 일 잘하는 인재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일차적으로 말을 살피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말을 헤아려 듣지 않고 그 사람을 알 방도는 없기 때문이다. “안온하고 자세해 선후를 잃지 않아 듣는 이로 하여금 쉽게 알 수 있게 하는 사람, 절의를 격려해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일으키는 자, 사람들을 화합시켜 어려운 일을 잘 풀어가는 사람”이 말 잘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말을 촉박하게 하고 선후를 잃는 자, 상대를 거슬러 화나게 하는 자, 지나치게 아첨해 남을 해치는 자, 그리고 잔재주의 말로 사람들을 희롱하는 자”는 모두 언어가 좋지 못한 자이다. 한마디로 일이 되도록 말을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살펴야 한다.

그런데 “말을 살피고 알아보는 힘은 결국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한다. “말을 들어보면 그가 얼마 동안이나 (일의 실마리를) 연구하고 해법을 찾았으며(究索), 어느 정도까지 (일하는 방법을) 깨닫고 쌓았는가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을 헤아리는 경지(造詣)는 결국 듣는 사람의 경험이 좌우한다”는 게 최한기의 통찰이다. 자기의 경험과 그 그릇크기만큼만 다른 사람의 말을 헤아릴 수 있는 법이다.

일하는 자세와 능력을 헤아리는 게 인재 관찰법의 요체인데, 최한기는 세 가지를 든다. 일을 준비하는 모습과 마무리하는 태도, 어려움에 처했을 때 참고 견뎌 내는 능력, 그리고 일을 어렵게 여기고(爲難) 접근하는 자세이다. 이 중에서 특히 셋째가 제일 중요하다. 일은 결국 사람들과 더불어 하기 때문인데, 그가 어떤 자세로 사람을 섬기고(事人) 시키는지(役人), 어떤 생각으로 다른 사람과 교제하고(交人) 맞이하는지(接人)에 따라 일이 쉬워지기도 하고 어렵게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종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수령들을 일일이 만나보면서 “일을 쉽게 여기고 하면 성공하지 못하나, 그 일을 어렵게 여겨서 하는 이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당부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겸손하고 신중한 자세는 인재의 핵심 덕목이고, 지도자의 필수 요건인 것이다.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