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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한국전력이 4년제 ‘한전공과대학’ 신설을 위해 부지를 선정했다. 학생 수는 1000명 정도이고, 2022년 개교 예정이다. 일반 시민은 일개 대학의 설립에 큰 관심이 없겠지만, 대학에 몸담고 있으며 특히 교육학을 전공하는 필자가 볼 때 이 계획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현재 국내 대학이 처한 상황이다. 우리 고등교육은 한마디로 공급 과잉이다. 한때 최소한의 요건만을 충족하면 대학 설립이 허용되던 준칙주의라는 제도에 의해 우후죽순식으로 늘어난 대학 중 상당수가 신입생을 유치하는 데 급급한 형편이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대학 학령인구의 현저한 감소다. 2018년을 기준으로 약 50만 명 되는 대학 정원은 4∼5년 안에 4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학 지원자 총계가 대학 정원을 밑도는 현상이 곧 현실이 될 것이며, 상당수 대학은 폐교(廢校)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같은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 대학의 구조조정에 대한 방안들이 이미 노무현 정부 때부터 구상돼 일부 추진되고 있지만, 현재 괄목할 만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작지 않은 규모의 4년제 대학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은 시기적으로 상당히 부적절할 뿐 아니라 비현실적이다. 이에 대해 한전(韓電) 측은 ‘한전공대는 에너지 분야로 특성화된 수준 높은 대학’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과학과 기술 분야로 특성화된 수준 높은 국립대학들과 포스텍이 있고, 이들 모두 에너지 분야의 전공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들과 다수의 사립대학도 에너지 관련 학과를 가지고 있다. 한전은 교육기관도 아니고 교육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지식도 많지 않다. 굳이 한전이 또 하나의 공과대학을 세워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한전의 재정적 부실도 대학 운영에 치명적인 결격 사유다. 한전의 누적 부채는 114조 원이 넘는다. 그런데 한전은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을 면제해 줄 계획이라고 한다. 설립 비용만 수천억 원에, 매년 운영 예산이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전은 이미 전기 요금 인상론을 꺼내고 있는데, 그래도 부족하면 혈세(血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 모두 국민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한전공대에 수준 높은 교수진을 초빙하려는 한전의 전략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사회 저명인사를 총장으로 추대해 10억 원 이상의 연봉을 주고, 일반 교수들의 급여도 여타 과학기술대 교수 급여의 3배 이상을 보장한다고 한다. 대학의 인사를 프로 구단의 감독과 선수 스카우트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천박한 자본주의가 연상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저명인사’라는 단어도 왠지 석연찮다. 정치인을 포함한다는 뜻이 아니길 바란다.

이상에서 지적한 부당성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이 사업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전공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어서라고 한다. 이 공약의 황당함에 대해서는 거론치 않겠다. 그 많은 공약이 100% 이행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토대로 공약을 취사선택하는 지혜와 판단력이다.

끝으로, 교육부는 그동안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특히 4년제 대학의 신설을 억제하고 최근 들어 많은 대학의 정원 감축을 반강제로 주도해 왔는데, 한전공대 신설에 대한 교육부 입장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