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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민· 김영범 부부

유행은 돌고 돈다. 그래서 때론 엄마의 옷장은 딸의 보물창고가 된다. 하경민 씨 역시 결혼식을 앞두고 엄마의 옷장에서 ‘보물’을 찾아냈다. 30년 전, 엄마가 ‘함들이’ 때 입었던 보라색 칵테일 드레스였다. ‘역시 우리 엄마! 다른 신부들처럼 한복을 입었을 법한데, 이런 드레스를? 하나도 촌스럽지 않네!’ 그렇게 딸은 엄마의 추억이 담긴 드레스를 웨딩 촬영 때 입기로 한다. 엄마의 취향을 똑 닮은 딸이 엄마와 함께 만든 결혼식. 인터뷰를 통해 하경민(신부)-김영범(신랑) 커플의 결혼 이야기를 들어봤다.

―30년 전 드레스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하나도 촌스럽지 않네요.

“엄마 친척 분이 미국 여행 갔다가 선물로 사 오신 거래요. ‘함들이 때 왜 꼭 한복을 입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 드레스를 입으셨대요. 엄마는 처녀 때 입던 옷들을 아직도 안 버리세요. 제가 지금 입어도 예쁜 것이 많죠. 장롱 속 드레스가 30년 만에 외출을 한 셈이죠. 웨딩 촬영 때 함께 신었던 보라색 구두도 엄마 구두예요. ‘잘 어울릴 거 같다’며 내주시는데 어쩌면 엄마의 ‘큰 그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결혼식 당일에도 ‘신부 어머니’ 복장이 조금 특별했다고요?

“양장을 입으셨어요. 언젠가 미래의 제 결혼식을 두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 적 있어요. 그때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신부 엄마라 해서 꼭 한복을 입어야 할까? 취향에 맞게 입으면 좋을 텐데…’라고. 사실 한복은 맞춰 입으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고, 평소에 입기도 어렵잖아요. 색깔도 신랑 어머니용, 신부 어머니용이 사실상 정해져 있죠. 제 결혼식 때 맞춰 입어도, 남동생 결혼식 때 못 입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럴 바에는 양장을 입어보자 했던 거죠.”

―파격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데.

“걱정이 많으셨죠. ‘정말 괜찮겠어?’ ‘시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셔?’라고…. 그런데 시부모님께서는 저희 뜻을 존중해주셨어요. 사실 결혼식이라는 게 신랑 신부의 행사이기도 하지만, 부모님도 주인공이라 생각해요. 격식만 갖춘다면 각자 생각하는 대로 아름답게 입고 즐거운 마음으로 서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결혼식이 끝나고는 ‘멋있다’ ‘예쁘다’ ‘결혼식과 잘 어울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엄마와 딸 모두에게 큰 추억이 됐을 것 같아요.

“네! 준비 과정이 너무 즐거웠어요. 사실 결혼 준비하면서 좌절감을 많이 느꼈거든요. ‘이런 결혼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상담하면 ‘신부님, 그런 건 아무도 안 해요. 못 해요’라는 말이 되돌아와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라기보다는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기 때문이거든요. 엄마 옷만큼은 엄마에게 100% 맞는 걸 선택할 수 있어서 신이 났던 것 같아요.”

―결혼식 콘셉트가 ‘빈티지 웨딩’이었다고요?

“어릴 적 엄마가 ‘찔레꽃 울타리’라는 동화책을 선물해주셨어요. 그 중 ‘여름이야기’ 편을 정말 좋아했어요. 여름날 두 생쥐가 결혼식을 올리는 이야기인데, 아마 그때부터 ‘나도 결혼하면 이렇게 해야지’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딸에게도 드레스를 물려주실 계획인가요?

“저는 엄마한테 드레스를 물려받으면서 제가 축복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딸이 마음에 들어 할까? 촌스러워하진 않을까?’ 걱정하셨다고 해요. 저 역시 그럴 것 같아요. 취향은 강요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딸의 취향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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