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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반 경쟁·갈등
‘교내수상 실적 1등에 양보해라’
교사가 학생 설득한 사례 있어

- 고액 입시 컨설팅
금융社 VIP 대상 컨설팅 존재
드라마처럼 ‘코디 입찰’은 없어

“실제론 ‘코디’라 안 하고
컨설턴트·매니저로 불려

유명 정치인·기업인에게
컨설팅 제안받은 적 있어

‘차비 하시라’며 500만원
오늘밤에 드라마 끝나니
이제 TV끄고 공부하세요”

종합편성채널 JTBC ‘SKY캐슬’은 ‘재미있는 드라마’ 이상의 많은 화두를 던졌다. ‘입시 지옥’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한 게임이자 살풍경을 눈앞에 펼쳐놓았다.

이 드라마가 시작된 후 10년 넘게 수험생들의 멘토이자 친구로 활동하고 있는 ‘공부의 신’ 강성태도 바빠졌다. 매일 공부법과 관련된 콘텐츠를 올리고, 수시로 수험생들과 라이브 채팅과 통화를 나누며 고민을 풀어주는 그에게 ‘SKY캐슬’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다른 경험치를 바탕으로 한 답변 속에서도 “‘SKY캐슬’의 결말보다 충격적인 것은 여러분의 성적표”라며 “궁금한 것을 답변드렸으니 얼른 방송 끄고 공부하시라”는 촌철살인 조언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만들었던 그를 지난 1월 28일 직접 만나 ‘SKY캐슬’, 그리고 대한민국 입시에 관한 궁금증을 직접 물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월 28일 수험생들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1인 방송을 진행하는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공부의 신’ 강성태는 “공부는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신나게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혜나는 ‘정독반 폐지’ 공약을 두고 전교회장 출마를 선언했다. 학생들 간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특별반, 실제로 존재하나? YES

―대부분의 학교에 특별반 혹은 심화반이 있어요. 잘하는 애들만 모아서 특혜를 주는 거죠. 수상실적이 대학 진학 때 중요하니까 ‘가능성 있는 애들’에게 “이런 기회가 있다”고 따로 알려주기도 해요. 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차별받은 이야기가 정말 많죠. 심지어 수상자로 포함된 학생에게 ‘너는 이 실적이 크게 필요 없으니 공부 잘하는 애에게 양보하라’는 식으로 선생님이 설득한 사례도 있었어요. 어쨌든 학생들을 1명이라도 더 SKY에 진학시키려는 학교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사실 불공정한 제도예요.

◇VVIP 고객들을 위한 입시 컨설팅, 진짜 열리나? YES

―실제 존재해요. 제가 강연자로 간 적도 있어요. 금융회사라든가 백화점 VIP, 수입자동차 VIP 등을 대상으로 소규모 강연이 열리죠. 원탁 테이블에 VIP들이 앉아 있고 식사가 같이 제공되기도 해요. 주최 측에서 ‘맞춤형으로 해줄 수 있냐’며 VIP의 질문에 답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죠. 대기실에서 따로 만나 사인을 해주거나 개별적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하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처럼 VIP들이 컨설턴트들을 모아놓고 ‘땅땅땅’ 입찰을 통해 선택하지는 않아요.

◇드라마와 같은 ‘입시 코디’가 실제로 활동하나? YES

―‘코디’라는 명칭은 일반적이지 않아요. (웃으며) 정수기가 먼저 떠오르잖아요. 보통 컨설턴트나 코치, 매니저로 불리죠. 컨설팅을 받은 건 보편화됐지만, 드라마 속에서처럼 24시간 관리하는 건 흔한 케이스가 아니에요. 학생을 많이 관리해야 학원 입장에서도 수익이 나기 때문에 ‘1년에 2명만 한다’는 식으로 제한하지는 않는 편이죠.

◇컨설팅을 받는 비용이 억대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나? 경우에 따라 YES

―국내 입시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소위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미국 입시를 전제로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아예 미국 대학을 겨냥하고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철저히 관리하는 거죠. 심지어 미국 선거 캠페인 자원봉사자로 넣어주기도 해요. 특정 분야에서 기준에 미달하면 거기에 딱 맞는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는 것도 그들의 일이죠. 그래서 금액이 엄청나요. 실제로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하게 해주겠다’고 개런티(보장)하고 돈을 받았는데 그 학생이 합격하지 못해서 고소했던 사건도 있었죠.

◇입시 코디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 YES

―(헛기침을 하며) 있죠. 유명 정치인, 기업인…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분들이었어요. 저는 대학생 때부터 돈 받고 과외를 한 적은 없어요. 그렇다 보니 주로 지인을 통해 ‘한번 만나자’고 제안이 들어와요. 대학생 때, 만나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드리고 돌아가려는데 ‘차비 하시라’며 봉투를 주셨어요. 돌아오며 봤더니 5장, 500만 원이 들어있었죠. 다시 만나러 갔을 때 조언을 해드린 후 탁상달력 사이에 다시 그 봉투를 끼워놓고 왔어요. 정부에서 사교육비 통계를 발표하는데, 그걸 믿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대학생 과외를 비롯해 적잖은 과외비가 사실상 통계치에 잡히지 않죠.

◇컨설팅 효과는 정말 있나? YES

―네, 분명히 있어요. 우리는 ‘이겨놓고 싸운다’고 말하죠. 입학사정관제 아래서는 대학마다 원하는 것이 분명해요. 학창시절 활동부터 자기소개서에도 그런 부분을 확실하게 짚어주면 당연히 점수가 높죠. 예를 들어 ‘교과서 구멍’이 있어요. 교과서를 보다 보면, ‘고교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어요. 이 부분을 파고들면 공교육을 중시하는 현재 분위기 속에서 ‘교과서에 충실했다’는 느낌을 주죠. 그 부분이 궁금해 선생님께 질문하고(적극성), 선생님의 설명과 가이드를 바탕으로 도서관에 찾아가 관련 내용을 찾아보고(자주성),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친구들을 모아 연구회나 동아리를 만들어 공부하고(리더십), 그와 관련된 봉사활동을 하거나 관련 설문조사나 서명 운동을 벌인 내용(체계성)이 포함되면 아주 구색이 잘 갖춰진 자기소개서가 되는 거죠. 우리나라 입시의 기조 중 하나가 ‘공교육 충실’이기 때문에 교과서와 선생님에 궁금증의 뿌리를 두고 확장해 나가면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바탕으로 한 현 입시제도, 공정한가? NO

―예전 같으면 ‘공교육만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수학능력시험 위주일 때는 100m 달리기만 잘하면 됐는데, 이제는 창던지기, 피겨스케이트, 수영까지 다 잘해야 돼요. 특목고나 자사고에 다니고 사교육 시설이 많은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더 많은 정보와 노하우를 얻지만 지방이나 소외 지역 아이들은 그런 혜택을 누리기 어렵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하나?’라고 물을 때 답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복잡한 학종, 대처법은 있나? YES

―공신닷컴을 시작하던 2007년 입시 이슈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었어요. 수능, 내신, 논술이었죠. 당시를 삼각형으로 표현했다면 지금은 백각형쯤 돼요. 사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수험생들의 가능성을 본다는 학종의 취지는 정말 좋고 이상적이지만 대처법이 잘 안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도 선생님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묻고, 스스로 정답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 길을 제시하기 위해 공신닷컴은 대학 합격생들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려 하고요. 주변을 둘러보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요. 고민하는 수험생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