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초·중·고등학교에 만연한 학생 간의 폭력을 온정주의적으로 대처하게 하면서 사실상 부추기다시피 하고 있다. 교육부는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학교폭력 대응 개선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전치 2주 이하인 신체·정신상 피해 등의 경우엔 피해(被害)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 한 아예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열지 않는다. 웬만한 폭력은 학교에서 유야무야할 수도 있고, 서면 사과나 교내 봉사활동 등의 징계 조치를 이행하면 가해(加害) 기록이 남지도 않는다.

이는 본말전도의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 학생들도 사소한 폭력 행사를 반복하다 상습화하고, 결국 포악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교폭력은 예외 없이 엄단해야 근절에 다가갈 수 있다.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2011년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사건을 계기로,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하면서 가해 학생의 처벌을 대폭 확대·강화한 배경도 다르지 않다. 학교폭력의 학폭위 회부나 학생부 기재가 입시에 ‘주홍글씨’로 작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가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 상대 소송 제기가 많다고 해서, 입법 취지까지 흔들어선 안 된다. 교육부 설문 조사에서도 학생·학부모 다수가 “학교폭력 예방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한 방안은 이제라도 철회돼야 마땅하다. 보호해야 할 대상은 가해 학생이 아니라 피해 학생이다.